점유율 '바닥' 국산 의료기기, 인증제 추진..실효성 의견분분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에서 외국인 바이어가 복강경 수술로봇을 살펴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에서 외국인 바이어가 복강경 수술로봇을 살펴보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외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국산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 첫 민간 자율 인증제가 추진된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국산 의료기기 성능, 신뢰성을 검증한 뒤 기준을 충족하면 인증을 부여, 도입을 유도한다. 인증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빅5' 대형병원이 참여한 선제적 도입, 검증이 필요하다.

10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산 의료기기 도입 확산을 위해 연말까지 추천·인증제 기준을 마련한다.

국산 의료기기 추천·인증제는 정부가 거점병원과 손잡고 국산 의료기기에 한해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해 통과하면 인증 마크를 부착한다. 정부, 병원이 인증한 만큼 의료기관이 안심하고 도입해도 좋다는 의미다.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것을 우려, 민간 자율인증으로 추진한다.

연말까지 추천·인증제 프로토콜을 마련, 이르면 내년 시행한다. 프로토콜에는 인증 대상, 기준, 방법, 참여기관 등이 담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증제는 단순히 제품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의미를 넘어 인증 과정에서 병원과 의료기기 기업이 소통하면서 제품을 고도화하는 과정이 포함된다”면서 “조만간 인증 기준 등을 마련할 기관과 검증 수행 기관 등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조1987억원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수출 역시 전년과 비교해 8.2% 늘어난 약 3조5782억원으로 해외 진출이 확대된다.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국산 의료기기 기업 영세성은 해소되지 않는다. 국산 의료기기 기업 열 곳 중 아홉 곳은 연매출 50억원이 안된다. 필립스, GE, 지멘스 등 외산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의료기기 시장을 장악한데다 각종 수술 장비조차도 외산이 우세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국산 장비 도입률은 약 10%에 불과하다.

연도별 국내 의료기기 수출 실적
연도별 국내 의료기기 수출 실적

과거 단순 소모품이 주류를 이룬데다 중대형 장비의 경우 외산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던 국산 의료기기가 기술혁신을 이루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음파진단장비, 엑스레이 촬영장비, 내시경 장비, 수술용 장비 등이 성능·안전성 면에서 향상됐고, 수출 실적도 확보했다.

국산 의료기기 인증제는 기술 고도화에 나선 국산 업계에 긍정적이다. 거점병원을 선정, 검증과정에서 제품을 고도화할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다. 인증 획득은 마케팅 요소로도 활용한다.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은 “대형병원 도입률이 10%에 불과한 국산 의료기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 추천이나 인증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자율 인증으로 시작하고 신뢰성을 높일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산 의료기기 업계는 추천·인증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정부 인증으로는 구매자인 대형병원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증·도입을 전제로 한 시범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승학 DK메디칼시스템즈 상무는 “정부 인증 마크도 의미가 있지만, 기업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빅5 병원이 도입했다는 레퍼런스”라면서 “대형병원 뚫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