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여야 모두 팔 걷은 '수소경제'...법제화는 1년째 표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표방했지만 관련 법안은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수소경제활성화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를 생산하는 덕양 제3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를 생산하는 덕양 제3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다른 쟁점 법안과 달리 여야 간 이견은 없다. 탈원전·전기요금·규제개혁 관련 법안 등으로 파행을 거듭한 상임위의 빠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4월부터 수소경제 관련 법안(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지만 이후 논의에는 진척이 없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018년 4월 '수소경제법안',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한 달 뒤인 5월 '수소경제활성화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산업부 장관이 △10년 계획 기간으로 하는 5년 단위 수소경제사회 이행 계획 수립·시행 △기존 규제와 충돌 시 법령 개정 권고, 담당 부처장은 이를 이행 △고속국도 휴게소 등에 수소연료전지 공급시설 및 연료전지 공급시설 설치 △시범단지·특구 조성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발의 후 3~4개월이 지난 8월 23일에야 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탈원전 등 정부 에너지믹스 정책 등으로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면서 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탓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같은 달 초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함께 수소경제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10여일 뒤에 부랴부랴 상정됐다.

뒤늦은 상정 이후에는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추진한 지역특구법, 산업융합촉진법에 밀려 지금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역특구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은 규제 개혁 5법의 하나로, 여야 이견 때문에 진통이 극심하던 법안이다.

지난해 8월에 발의된 '수소산업육성을위한특별법안'(대표발의 김규환 한국당 의원), '수소연료의안전관리및사업법안'(전현희 민주당 의원), '수소의안전관리및사업법안'(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그해 11월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진전이 없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이 11월에 발의한 '수소산업육성법안'도 4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상정되는데 그쳤다.

국회 산업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수소경제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서도 “부처 간 이견이 있고, 세계적으로 수소경제를 법제화해서 추진하는 나라가 없어 준비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법안 내용 중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시설운영자에게 강제하는 부문에 대해 과도한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며 부처 간 이견이 있었다. 이 관계자는 “부처간 이견은 대통령께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데다, 법안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수정보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수소전기차를 시승하며 수소경제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1월에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야도 2월 규제샌드박스법 일환으로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 계획을 밝히며 동참했다.

수소경제 활성화 법안 발의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자체 법안,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정부단일안을 4~5월께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발의된 법안을 병합 심사,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 법제화할 계획이지만 빠듯하다. 개점휴업 상태인 4월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발의된 관련 법안을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심사할 계획”이라면서 “공청회나 정책토론회 등을 추진하면서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