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코넥스 상장 기업 사이의 결합이 이어지고 있다. 3년간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지 못한 SPAC과 기술성평가 등 기존 상장심사 방식으로는 코스닥 진입이 쉽지 않은 코넥스 기업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S제9호스팩은 코넥스 상장사 알로이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알로이스는 2017년 코넥스에 상장한 셋톱박스 제조업체로 8월 합병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9월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스팩합병을 공시한 날(15일) 기준 알로이스 주가는 4400원, IBKS제9호스팩의 주가는 2935원으로 시가총액은 각각 120억원, 81억원이다. 합병시 시가총액은 2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코넥스 상장사 줌인터넷은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미래에셋제5호SPAC과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다음달 22일 합병을 마무리하고 6월 코스닥 시장에 신주권을 상장한다. 줌인터넷의 스팩을 통한 코스닥 이전상장은 두 번째 시도다. 2016년 코넥스에 상장한 줌인터넷은 2017년에도 이전상장을 시도했지만 광고사업이 모회사에 속해 있어 거래소 심사 승인을 받지 못했다.
포인트엔지니어링도 지난 2월 NH스팩10호와의 합병을 결정짓고 코스닥 이전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달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7월 중 합병 신주를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3월 상장을 철회한 엔에스컴퍼니를 포함하면 올해 들어서만 총 4개 스팩이 코넥스 기업과 합병을 시도했다. 올해 전체 스팩합병 7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역시도 스팩 합병 대상 대부분은 코넥스 상장사였다.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진입한 코넥스 상장사는 총 5개사에 이른다. 신영스팩2호와 합병한 패션플랫폼, IBKS제8호스팩과 합병한 인산가, IBKS제3호스팩과 합병한 케이엠제약, HMC3호스팩과 합병한 본느, 교보비엔케이스팩과 합병한 나무기술 등이다. 지난해 스팩 합병상장 기업 11개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코넥스 상장사다.
코넥스 기업이 스팩합병을 선호하는 이유는 공모에 따른 자금유입의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스팩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코넥스 기업의 조달 금액은 최소 54억원에서 최대 163억원 수준이다. 스팩은 이미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만큼 수요예측 등 공모절차에 따른 부담 없이 1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코넥스 기업과 합병이 안전하다. 스팩은 상장 이후 2년6개월 동안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에 들어간다.
증권사 관계자는 “스팩 상장 초기에는 벤처캐피털(VC) 등 발기인으로부터 추천받은 비상장 기업을 주요 합병 매물로 검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소 마음이 급해진다”면서 “코스닥 상장을 원하는 코넥스 입장에서도 수요가 있는 만큼 2년차쯤에는 자연스레 손쉬운 길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넥스 최상위권 기업이 아닌 시가총액 500억~1000억 규모 기업에게는 각종 실무 절차를 줄일 수 있는데다 공모를 통한 자금 유입 역시 안정적인 만큼 스팩합병을 통한 코스닥 이전상장이 상당히 영리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코스닥 상장이 자금보다는 상장사 지위 획득인 경우 대주주 지분 분산 요건에 보다 자유로운 스팩합병 상장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