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와 '인싸'를 넘어 '마이사이더'가 대세다.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가 있는가 하면 조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인싸(인사이더)에 이어 마이사이더가 등극했다.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이 확실한 마이사이더는 자신만의 길을 용감하게 택하는 마이웨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좋으면 혼밥도 하고 혼술도 하고 혼행(혼자 여행)도 간다.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산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다움을 찾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진정한 나다움은 내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밖에서 찾아야 할 지 모른다. 나라는 존재는 여러 인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 스타일이라는 것은 원래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학습된 것이고 길들여진 것이다. 앞으로 변할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지금 현재까지 내 스타일이 다가 아니다. 더 발견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나는 원래 이래. 그런 거 안 좋아해. 그런 거는 딱 질색이야. 난 이런 스타일이야”라고 자신을 고정시키고 한계 짓는 것은 스스로에게 무례한 일이다. 각양각색의 요리가 있는 뷔페에 가서 “나는 이것만 먹어”라고 고집하는 것과 같다.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박탈하는 짓이다.
물론 이해가 간다. 선배 세대는 사전 정보가 없었고 경험할 것도 많지 않아서 무엇이든 부딪쳤다. 좌충우돌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모를 때 오히려 더 쉽게 착수하기 마련이다. 필자도 첫 아이를 출산할 때 멋모르고 그냥 낳았는데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는 훨씬 더 겁나고 두려웠다. 그 과정과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후배들도 그럴 것 같다. 스마트폰만 열면 다양한 삶과 남의 체험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굳이 가 보지 않아도 알겠고, 일부러 하지 않아도 엿볼 수 있다. 좌충우돌은 두려운 일이고, 시행착오는 낭비라 여길 만하다. 게다가 X세대 부모에게 “너희는 그 자체로 소중해.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마.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가고 싶은 길을 가. 넘버 원보다 온리 원이 되는 거야. 네가 가장 소중해”라는 말을 들으며 길러졌다. 자신감이 충만한 만큼 실패는 낯설다. 체벌은 고사하고 야단 맞는 일도 흔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도 선배가 지적하거나 충고하면 과민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한다. 앞으로 유의하겠다 하고 훌훌 털어버릴 일도 스스로가 스스로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또 낡은 관습이라고 미리 귀를 닫는 후배도 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나는 이렇게 생겼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참견하지 마, 내버려 둬”라고 장벽을 친다. 사실 그 근간에는 모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고, 인정하면 받아들여야 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자신감이 변질되면 바로 그 크기만큼 두려움이 된다.
건강한 마이사이더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서 익숙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확장을 위해 부족함을 실험하고 탐험한다. 진정한 마이사이더는 타인의 충고를 듣는 것에 열려 있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다. 혼자만의 나르시시즘을 넘어 다양한 관점을 여행한다. 선배 충고와 지적에 대해서도 우선 그 관점을 받아들여 보고, 선배 의견을 섭렵한 후에 채택 여부를 스스로 결정한다. 모든 요리를 가리지 않고 맛을 봐야 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자신의 기준을 만들려면 자신의 기준과 다름을 기꺼이 겪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을 것을 받아들이고 안전한 것을 초월해서 스스로 기준을 확장한 다음에 만들어진 기준이 진짜 기준이다. 무조건 단순한 것이 아니라 복잡함을 넘어선 단순함 말이다.
내면의 자존감이 있는 마이사이더는 “충고 감사합니다. 좀 더 상세하게 제가 개선해야 할 점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런 관점도 있을 수 있겠네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혹시 더 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제가 미처 모르고 있던 부분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른 척 하실 수도 있는데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 선배님의 충고를 듣고 이런 점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제 스타일에 옵션이 하나 더 생겼네요.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충고를 환영한다.
서커스를 배울 때도 떨어지는 연습부터 한다. 떨어지는 것이 익숙해야 공중 곡예를 할 때 겁을 안 낸다. 유도를 배울 때도 낙법부터 배우고, 권투를 배울 때도 펀치를 견뎌 내는 복근 운동부터 한다. 싫은 소리를 들으며 실패에 강건해질 때 비로소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