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비디오게임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What the WHO has wrong about video games).”
2월 미국에서 열린 D.I.C.E. 서밋에서 스텐리 피에르 루이스 ESA 대표가 진행한 강연 제목이다. D.I.C.E. 서밋은 인터랙티브 예술과학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블리자드 등 글로벌 대형 게임기업이 후원한다. ESA는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다.
피에르 루이스 ESA 대표는 “게임에 일정시간 노출되면 정신병이 생긴다는 놀라운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미디어에 비해 유일하게 게임만 이런 비판을 받는다”고 WHO 게임장애 논의를 정면 반박했다.
미국은 정부차원에서도 게임장애에 부정적 입장이다. 올 초 스위스에서 열린 WHO 집행위원국 회의에서도 미국은 ICD-11에 게임장애 질병화 명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일부국가 반대로 ICD-11 게임장애 질병화에는 유예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HO가 강행보다는 일단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게임장애 질병화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 WHO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 한국, 중국, 터키 등 네 곳에서 인터넷·게임 장애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게임장애 질병화 초안을 확정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게임 장애가 중독 행위로 인한 질환이라고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4월 방한해 “세계보건기구(WHO) 행보에 아시아 국가가 강력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하나는 중국이고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을 지목했다. 퍼거슨 교수는 지속해서 게임장애 질병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의 게임이용 행태는 매우 다양하고 장르, 플랫폼, 문화로서 위상도 다 다르다”면서 “특정 지역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보편성을 상실한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향후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