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무늬뿐인 '입안지원시스템'(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재정비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기존의 서면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결재 중심으로 업무를 처리할 방침이다. 최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차단하는 한편, 국회 선진화 혁신 작업 일환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2005년 도입 이후 유명무실해 온 입안지원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하고 국회의원과 보좌진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20대 국회 의안 접수 건수가 2만건을 넘은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온라인 의안 접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이보다 앞서 지난 2005년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법안 발의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입안지원시스템을 도입했다. △법률안 입안 의뢰 △의안 제출 △의안 공동 발의 또는 찬성 온라인 서명 △기타 의안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법안을 직접 접수시키는 것보다 불편한 사항이 많았고,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도입 14년 만인 지난달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용한 것이 최초다. 백 의원 역시 공수처 법안을 온라인 발의한 뒤 “사용상에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는 그동안 시스템이 사용되지 않아 불편·수정요구 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건의 사항을 수렴,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국회의장 결재에도 전자시스템을 활용한다. 지금도 국회 내 일반적인 업무 처리에는 전자 결재가 활용된다. 다만 국회의장에게 올라가는 결재는 상징성 탓에 서면 결재가 관행이었다. 전자결재시스템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쓰이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문 의장이 전자결재를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면서 “국회의장 업무부터 전자결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전자 입법과 행정을 강화, 의회 선진화와 혁신을 꾀한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드러난 개선 사항을 반영해 향후 논란 소지도 없앤다. 앞으로 국회 세종분원 시대를 준비한다는 실무적 차원도 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늦었지만 국회도 변화해야 한다”면서 “문 의장이 추진하는 국회 혁신 작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