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의 정신으로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미래 1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정양호 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이 13일 세종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비·공' 정신으로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야기하는 정비공은 기계를 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산업기술 미래 연구개발(R&D)에 '정답은 없고, 비밀도 없으며, 공짜 점심도 없다'는 점을 강조해 한 단어로 축약한 것이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술이 더 이상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선도형 R&D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선도형 기술을 고민하는 시대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알케미스트 프로젝트'는 시의적절했다고 강조했다. 연금술사를 뜻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경제 파급효과가 큰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자동차, 로봇, 첨단장비, 신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에 총 100억원을 지원한다.
정 원장은 “R&D 기획평가기관으로서 우리나라 기술이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조달청장으로서 근무할 때 중소·벤처기업이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R&D 연계형 조달사업을 할 수 있게 틀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비밀이 없는 투명한 기관 역할도 거론했다. 그는 이제 분식회계나 밀실행정 같은 과거 관행이 더 이상 통할 수 없다고 했다. 단기간 비밀유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했다.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해 최선의 결론에 도달하는 그런 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정 원장은 KEIT 운영이나 R&D 평가에도 이 같은 문화를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원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손실 없는 이익이 가능하겠지만 시야를 넓혀 장기간에 걸친 영향을 감안한다면 성장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빈곤을 넘어 오늘날 물질적 풍요를 얻는 대가로 우리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잃어버렸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앞으로 10년은 우리나라 기술 발전의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를 감안해 정비공의 정신으로 KEIT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