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을 많이 이야기한다. IoT란 우리 주변 기기나 센서가 인터넷을 통해 다른 기기와 만들어 낸 데이터로 스마트한 작업을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집 도착 20분 전에 자동차가 전기밥솥에 알려서 밥을 짓게 하고, 도착 5분 전에 거실 전등을 켜 놓고 히터를 작동시키는 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가 인터넷으로 소통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터넷으로 약 200억개의 전자기기나 센서가 연결되며, 약 7000조원의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양산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IoT 연구개발(R&D), 산업 육성 등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R&D는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며, 만들어진 데이터 활성화 방안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술이 개발 단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IoT 기기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데이터가 거래되는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산업이 활성화된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를 거래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기기 간 데이터 거래는 초극소액 결제(예를 들면 0.1원), 초 단위 대량 결제 등이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비용이 부과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
블록체인이 해결 방안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거래 시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중개자 없이 개인간(P2P)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 기능을 통해 사전에 합의한 알고리즘만 충족시키면 거래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중개자 대신 알고리즘을 적용, 중간 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거래 신뢰도는 높일 수 있다.
데이터 오·남용도 방지할 수 있다. IoT 센서에서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된다고 해도 블록체인 참여자(노드) 가운데 과반수(51%)가 찬성한 데이터만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블록체인으로 IoT 기기 간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개인도 생산해 쓰거나 남으면 거래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냉장고가 상황에 따라서 낮에는 A가 생산하는 전기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밤에 B가 더 저렴한 전기를 경매한다면 B의 전기로 갈아타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사물경제(EoT)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계는 사람들의 경제 활동을 돕는 도구에 그쳤다. 블록체인을 토대로 기계도 일종의 경제 활동 주체가 되는 것이다.
EoT 시대는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여러 곳을 다니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기계에 판매해서 돈을 벌어들인다면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도심 사이를 다니는 배송 드론이 건물과 건물 사이 골바람 세기를 알기 위해 건물에 설치된 풍향 센서에 매 초 0.01원을 지불하면서 모은 데이터로 최적화된 경로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200억개 전자기기나 센서들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디지털 정보와 이들이 참여하는 경제 생태계는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시장에서 중개자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5G 시대를 가장 먼저 열고 있는 대한민국이 EoT 시장의 주인까지 되는 꿈을 꾸어 본다.
박수용 서강대 지능형블록체인연구센터장·한국블록체인학회장 sypark@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