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온상 된 '채팅앱'…성인인증 절차 없어 청소년도 악용

성매매 온상 된 '채팅앱'…성인인증 절차 없어 청소년도 악용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성매매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앱 다운로드 건수가 수십만에 달하지만 앱마켓 제재는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업자가 직접 성매매 정보를 올리는 것이 아니어서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웹하드에서 이뤄지던 성매매가 채팅앱으로 옮겨갔다. 웹하드 카르텔이 주목을 받고 사회적 이슈로 성매매업소 단속이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채팅앱은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 사전지식 없이 앱 목록만 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채팅앱은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 시 별도 성인인증 절차가 없다. 닉네임, 성별, 나이, 지역만 설정하면 바로 입장 가능하다. 구글플레이는 지난 4월부터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만 별도 제공하는 APK를 설치하면 인증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앱스토어는 별도 성인인증 절차가 없다.

채팅앱은 번호를 공유하지 않고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는다. 캡처 기능도 막혀있다. 성매매, 조건만남 기록이 남지 않아 애용된다. 상호 위치가 표시되는 기능이 있어 조직적 알선에 이용되기도 한다.

채팅앱은 표면적으로는 친구 만들기를 표방한다. 하지만 채팅앱에 접속하면 조건만남, 성매매를 뜻하는 약어가 가득하다. 조건과 스펙이 숫자와 모음으로 표시된다. 미성년을 뜻하는 '1-'로 프로필을 작성했더니 1시간이 채 안 돼 10개가 넘는 쪽지가 들어왔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성매매 방식은 채팅앱을 통한 개인형 조건만남(68.4%), 조직형 조건만남(19.3%), 영상사진(12.3%) 순이다. 가출 여부에 따른 성매매 경험을 조사한 결과 성매매 경험이 있는 사람 중 가출한 경우는 78.6%, 가출 경험이 없는 사람은 52.4%였다. 가출청소년 위주로 업소형 성매매가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모바일 등을 통한 성매매가 증가한 탓이다.

사업자는 채팅앱이 공공연하게 성매매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용자를 모으는 데 효과가 좋아 매출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 매칭과 메시지 전송에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다. 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채팅방은 포함되지 않아 이를 삭제하고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 의무가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법령 부재와 자율등급분류 후 모니터링을 받는 앱마켓 특성 때문에 사업자를 빠르게 제재할 수단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단 확산속도가 제제속도보다 빠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음란사이트와 음란물을 모니터링 또는 신고 받아 사이트를 폐쇄한다. 음란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채팅앱 성매매에 취약하다. 앱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자는 삭제되더라도 별다른 제약 없이 유사 앱 생성이 가능해 청소년보호법상 행정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또 운영할 수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행위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알선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나 알선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을 뿐이다. 정보통신 매체를 통해 만남을 유도하거나 성적 행위를 요구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최근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채팅앱 성매매를 처벌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채팅앱은 이용자가 원하는 이성을 선택할 수 있고 비대면 서비스 장점을 앞세워 급성장하는 인터넷기술플랫폼 산업이다. 각 앱마켓에서 게임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현재 국내에는 170여 업체가 영업 중이며 시장 규모는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관계자는 “새로운 인터넷기술 플랫폼 산업 성장을 위해서라도 성매매를 방임하는 사업자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앱마켓도 책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온상 된 '채팅앱'…성인인증 절차 없어 청소년도 악용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