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보화사업 예산, ‘지자체·공공기관 분담’ 원칙 도입…IT서비스·SW업계 '비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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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보화사업 예산 편성 시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분담' 원칙을 도입한다.

자금 부담이 커진 지자체·공공기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가 매칭해서 추진하는 정보화사업의 지연·철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 정보화사업 위축으로 관련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경기 위축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 IT서비스나 소프트웨어(SW) 시장 등 관련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전망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배포한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이하 예산안 지침)에서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에 대한 수익자부담원칙 적용'을 명시했다.

지금까진 국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은 대부분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했지만 내년부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시스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재원 부담을 지운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 중앙정부가 '분담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원칙을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정보화사업은 이미 분담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지침은 각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작성·제출하면 기재부가 검토해서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다.

기재부는 예산안 지침에서 “지자체·공공기관 등이 함께 사용하는 시스템은 원칙적으로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수익자부담은 '공공사업에 필요한 경비 충당을 위해 해당 사업으로 이익을 받는 이에게 지우는 부담'을 의미한다.

기재부는 '사업 내용, 관련 법령, 기능별 사용 주체, 이용자별 현황 등을 포함한 분담률 검토 내역을 첨부해 예산을 요구하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내년에 추진할 정보화사업이 지자체·공공기관과 관계가 있는지 구분하고, 예산을 어떻게 분담할지 등을 담은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정보시스템 실사용자인 지자체·공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3년 동안 1668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등 지자체·공공기관 관련 정보시스템 차세대 사업이 주요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화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 전체 공공 SW·ICT 장비 사업 총 규모는 4조814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자치하는 비중은 61.2%다. 공공 SW 사업 절반 이상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이뤄진다. 대기업 참여 제한 시행 후 공공 SW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상당수가 중견·중소기업이다.

한 중견 IT서비스 업체 대표는 “시스템 구축 비용뿐 아니라 유지보수까지 지자체에서 분담하게 되면 지자체나 공공기관 자금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결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 지역 IT서비스 기업이나 중견·중소 SW업체 매출은 직격타를 입게 된다”며 우려 목소리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앙·지방정부 간 재원을 분담해서 추진하는 '매칭사업'은 열악한 지방 재정 상황 때문에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보화사업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수익자부담원칙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견을 제시하는 지자체·공공기관도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수익자부담원칙이 얼마나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인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