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임기 종료...산으로 가는 추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임기가 29일 종료됐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진전이 없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 일정이 안갯속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황영철 예결위원장(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예결위원 50명 임기가 이날 종료됐다. 임기 만료 이틀 전인 지난 27일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새 예결위원 명단도 제출되지 않았다. 꼬여만 가는 여야 대치 정국 때문이다.

예결위 임기 종료...산으로 가는 추경

예결위를 다시 구성하려면 각 당에서 예결위원 명단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뒤 여야가 본회의를 열고 예결위원장도 선출해야 한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여야로부터 예결위 연임이나 재구성 등에 대해 접수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러시아와 발트3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전자결재 또는 사후결재 등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은 짝수 달로 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4월처럼 '개점휴업' 상태로 마칠 공산이 크다. 여야 합의가 늦어질수록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예산 집행은 뒤로 밀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인기가 많은 예결위 입성을 위한 당내 '혈투'도 예상된다. 예결위는 정부 본예산과 추경예산 등 예산안을 심사한다. 사업별로 감액과 증액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지역구를 가진 선출직 의원은 물론,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하려는 비례대표 의원까지 모두 예결위에 포함되길 원한다. 출마할 지역에 정부 예산을 가져와 유권자인 지역주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비율을 고려해 의석 배분이 이뤄지다보니 재구성까진 시일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결위원 임기 종료 이후에도 추경 심사까지는 기존 구성을 유지하자고 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까스로 예결위를 구성하더라도 △국무총리 시정연설 △예결위 심사 △본회의 심의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추경 예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지진, 화재 등 재난예산은 물론 민생회복을 위한 예산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조2000억원 규모 재난예산과 달리 민생회복을 위한 예산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용 예산'이라며 반대한다.

패스트트랙 과정에 불거진 앙금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진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국가기밀 유출 논란과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 한국당 주재 강원 산불피해 후속조치 회의에 정부 인사 불참 등으로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5월 조기 심사 타이밍을 놓친 현 상황에서는 6월 심사, 7월 집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추경 제출일로부터 통과일까지 90일이 걸렸는데, 그 전에는 여야가 합의해야 국민 지탄을 그나마 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