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초고압으로 얼음 만든다

초고압 환경을 구현해 상온에서 물을 원하는 모양의 얼음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식품, 바이오, 의료,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초고압으로 얼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성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우주물질 연구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은 높은 압력을 구현하는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 장치를 개발, 섭씨 20도 이상 상온에서 원하는 형태의 얼음 결정을 만들고, 이때 나타나는 물 분자의 결정화 과정 측정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을 확대한 모습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을 확대한 모습

물에 가하는 압력을 크게 늘리면 어는 점이 올라가 상온에서 물을 얼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얼음 결정 형태를 조절하거나 결정화 과정을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표준연은 다이아몬드 두 개를 맞닿게 하고 압력을 가하는 장치를 만들고, 여기에 정밀한 압력 조건 제어 기능을 더해 얼음 결정을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게 했다. 또 분자 진동 측정 기술을 동기화해 물질 압력, 부피, 영상, 분자 구조 등 정보의 동시 측정도 가능하게 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산업용 상온 얼음 생성 정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 분야에서는 육질이나 맛이 떨어지지 않는 육류·채소의 냉동 조건을 알 수 있다. 낮은 온도에서 얼린 얼음 결정은 뾰족한 형태여서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지만 상온에서 만든 얼음 결정은 뾰족하지 않아 육질을 보호할 수 있다.

얼음결정의 성장 형상 변화를 관찰한 이미지
얼음결정의 성장 형상 변화를 관찰한 이미지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비행기 결빙 현상 제어에 활용할 수 있다. 비행기는 1만m 상공에서 결빙 현상을 겪는다. 얼음 결정이 날개 모양에 변화를 일으켜 양력을 떨어뜨린다. 표준연 장치로 얼음 결정 성장 속도와 형태 제어 정보를 구해 이를 막을 수 있다.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결정 구조에 활용할 수 있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면서 “극한 환경에서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