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지 1년 만에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내달부터 연말까지 약 5000억원 보조금을 투입,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재개할 방침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태양광 업체는 보조금 정책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섣불리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9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NEA)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보조금으로 30억위안(약 5125억) 배정을 확정했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중국 태양광 패널 설치 수요는 전년 대비 10기가와트(GW) 이상 줄었다. 결국 1년 만에 태양광 보조금 지급 재개가 결정됐다.
중국 정부는 기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사업자를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 신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만 할당하기로 했다. 7억5000만위안(약 1277억)은 주택·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태양광 설비에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태양광 보조금 혜택을 받고자하는 사업자는 7월 1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중국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지급 재개 결정이 국내 업체에 긍정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다. 웅진에너지는 보조금 중단 이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격히 하락,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 줄었다. 태양광 발전용 필름 생산업체인 SKC도 적자를 냈고, 중국 시장 비중이 적은 한화큐셀도 일부 타격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내 보조금 지급 재개로 움츠렸던 국내 태양광 산업에 활기가 띨 것으로 전망했다.
박연주 미리에셋대우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태양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보조금 지급 재개로 하반기 중국 태양광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수요 회복으로 하반기 폴리실리콘 가격 반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업체는 △5000억원 규모가 국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점 △연말까지 지원하는 단발성 계획이 발표됐다는 점 △연내 태양광 설비 목표 규모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중국 내수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해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OCI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 지급 재개를 확정했다는 것은 분명한 기대요인”이라면서도 “5000억원이라는 규모가 태양광 벨류체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고위 관계자도 “(중국내에서도) 아직 태양광 보조금 지급 재개에 대한 영향을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내 업체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