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조달러(약 17경원). 2019년도 우리나라 예산 기준으로 약 350년치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액수는 2014년 환경경제학 분야 세계 석학인 로버트 코스탄자 국립호주대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물 공급 및 공기 정화 등 생태계로부터 연간 우리가 얻는 혜택, 즉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도 생태계 서비스 및 생물 다양성 감소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채택됐다. 보고서는 천연림 훼손을 동반한 토지 이용과 동물 남획 및 급격한 기후 변화 등에 따라 지난 50년 동안 온실가스 저감, 수질 정화, 자연 체험 등 생태계 서비스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650만㏊의 숲이 2000년 이후 매년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800만종의 동식물 가운데 100만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 다양성 감소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급속한 도시 팽창과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 환경 훼손, 서식지 파괴 등이 있었다. 1989년 92종이던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2012년 246종, 2017년 267종으로 약 3배 늘었다. 다양한 생명체 서식지로서 생명체 보고인 습지도 최근 3년 동안 165곳이 없어지거나 훼손됐다. 또 최근 문제되고 있는 도시공원 일몰 등으로 340㎢에 이르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동식물 서식처인 도심 생태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IPBES 등 세계 전문가들은 생태계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는 자연 환경 보전 및 복원을 유도할 수 있는 변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이런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으로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자연침해조정제도는 '개발 사업 시행 시 자연 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불가피한 침해의 경우 그 침해량만큼 상쇄·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 환경의 보전 및 복원을 유도한다. 우리나라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 개발 사업은 자연침해조정제도가 실제 사업에 적용되는 모습을 잘 보여 준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이후 베를린 중심에서 동·서독 경계를 나누는 장벽이 서 있던 포츠다머 플라츠가 다시 베를린의 중심이 됐으며, 백화점 등 고층 건물과 공공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포츠다머 플라츠 개발 사업에 따르는 자연 침해 보상 방안으로 개발 대상지 내 세 곳의 녹지와 개발 대상지 외부의 폐철도 부지에 23㏊에 이르는 주민 이용 공원이 조성됐다.
이 같은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한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자연침해조정제도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개발 사업 시 자연 환경 훼손을 방지하고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자연 생태계를 대체할 수 있는 녹지 공간과 생물 서식지를 신규로 조성하도록 유도, 우리 국민이 더 많은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문화유산과 같이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자연 환경 자산도 유산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자연 환경을 선조에게서 물려받았듯이 이를 훼손 없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생태계 서비스를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자연침해조정제도 도입이 절대 필요하다. 국민의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ckpark9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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