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PC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연장 근거로 삼은 유해성 평가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평가 점수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수정이 이뤄진 데다 청소년 아닌 대학생 이상 성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된다. 이를 묻는 국회의원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는 한 달이 걸려 국회에 도착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이 오전 0~6시에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12일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시행 근거 자료가 되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 평가' 보고서와 관련한 서면 질의에 한 달여간 답변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여가부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예산 8000만원을 들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국내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 게임 60종, 모바일 게임 50종을 대상으로 유해성을 평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가부가 셧다운제를 유지하는 사실상의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평가는 유해성 4점 척도로 구성된 7개 설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항별 평균점수가 2.5점이 넘는 항목이 50% 이상일 경우 셧다운제를 적용하기로 했고 조사 결과 온라인 PC게임은 3,4,5,7번 문항에서 평균 2.5점을 넘어 셧다운제가 유지됐다.
그러나 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잘못된 수치를 바탕으로 셧다운제 유지 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계산착오가 있었다”며 보고서를 수정했지만 신뢰도에 의문을 남겼다.
이동섭 의원실이 보낸 서면 질의서는 보고서 신뢰도와 판단 기준이 옳았는지 검증하기 위한 자료요청과 질문으로 구성됐다. 서면 질문은 국회법 122조에 따라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해야 하나 여가부는 답변에 한 달 가량을 소모했다.
뒤늦게 온 답변은 모호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 의원은 가장 먼저 평가단이 온라인서베이에 등록한 평가 자료 사본을 요청했다. 이를 기반으로 셧다운제 연장이 결정됐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여가부는 평가단이 온라인에 직접 입력 평가하기 때문에 별도 사본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평가를 취합하고 점수화해 셧다운제 연장을 판단하는 게 평가단 목적인데 평가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여성가족부는 해당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포워딩한 원 데이터는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평가단이 직접 입력한 온라인 서베이 평가 데이터는 점수화를 하고 난 다음에 이미 폐기했다”며 “이를 포워딩한 원 데이터는 당연히 가지고 있다. 온라인 서베이에 등록된 자료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청소년 유해성을 평가하면서 청소년을 제외하고 성인으로 구성된 이유에 대해서 '평가에 참여한 청소년을 게임 이용 등의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연구윤리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게임을 직접 해보고 평가하지도 않고 영상을 보고 판단하는 방법에 대한 지적에는 '평가는 게임 자체 구조와 특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게임에 대한 특성과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를 실시함'이라는 모답변을 내놓았다.
이 의원은 “국민 세금이 들어간 정부 보고서에 여가부는 비협조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를 거두고 국민 궁금증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다면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