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과 같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국내 바이오 벤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경계 흉터를 제거하고 죽은 세포를 먹어치우는 '청소'에 주목한다. 이르면 내년 글로벌 임상시험을 목표로 한다.
뉴라클사이언스(대표 김봉철)는 내년 하반기 유럽, 호주 등에서 NGDF를 타깃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신청을 한다고 17일 밝혔다. NGDF는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로, 신경교세포 분열 증식이나 손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치매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에 주목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등이 뇌에 쌓이면서 알츠하이머병 등이 생긴다는 것에 출발했다. 세계 각국 제약사는 이 단백질을 없애거나 쌓이지 않도록 하는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받는 치매 치료제는 모두 4개다. 모두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는데, 근본 치료제라기보다는 축적 속도를 늦추는 데 불과하다.
뉴라클사이언스는 새로운 방향에서 출발했다. 뇌손상이나 치매 등 퇴행성 신경계 질환 환자에서 NGDF 혈중 농도가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 물질이 신경계 손상에 영향을 미치고, 죽은 세포를 먹어치우는 대식작용까지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GDF 중화 항체를 개발, 동물모델에서 인지기능과 행동기능 개선까지 확인하면서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기대감을 높인다.
김봉철 뉴라클사이언스 대표는 “신약후보물질 'NS100'은 NGDF를 타깃으로 하는데, 세계적으로 NGDF는 발표된 논문이 10개가 안될 정도로 새로운 영역”이라면서 “면역세포는 죽은 세포 등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청소기능이 있는데, NGDF가 이를 억제하면서 아밀로이드와 같은 나쁜 물질이 뇌에 쌓이는 게 치매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경계에서 죽은 세포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만큼이나 주목한 게 '혈관'이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손상되면 작은 플라그 등 쓰레기가 쌓이게 되고 뇌까지 영향을 미쳐 치매로 이어진다는 가설이다. 실제 손상된 신경을 뜻하는 '신경 흉터'는 정상적인 조직 재생을 억제하고, 혈관 생성을 막아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신약개발 방향은 글로벌 연구동향과도 일치한다.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는 기존 아밀로이드, 타우, 신경퇴행에 이어 혈관을 주요 인자로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뇌에서 신경이 손상을 입으면 흉터가 생기는데, 이것이 신경을 억제한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항체는 흉터를 제거해 혈관을 제대로 만들어지게 함으로써 신경을 재생시키는데, 치매는 물론 당뇨병성 망막증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올해 전임상 시험을 거쳐 내년 유럽이나 호주에서 임상시험 신청을 할 예정이다. 독일기업과 세포주 개발을 완료했고, 국내 CMO(의약품위탁생산) 기업인 바이넥스와 공정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근 세븐트리에쿼티파트너스 등 복수 투자지관으로부터 350억원 규모 투자 유치까지 성공, 글로벌 임상시험 동력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최근 우리와 비슷한 타깃을 연구하던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도 임상3상을 포기할 정도로 이 영역은 새로운 데다 치료제 개발은 어렵다”면서 “특정 단백질에만 집중하던 한계에서 벗어나 혈관, 면역 등 다차원적으로 접근한 결과 우리가 발굴한 항체는 알츠하이머병 병리 지표를 일관되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