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최대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와 협력, 주유소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에 뛰어든다.
로열더치셸(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 등 정유·주유소가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이미 해외에서는 빅 트렌드다. SK는 주유소에 단순히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 모델 개발을 위해 해외 유력 전문 기업과 손잡기로 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주유소 사업자인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최대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차지포인트와 손잡고 국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 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차지포인트는 올해 초부터 각각 양국의 본사를 오가며 수차례 업무 협의를 해 왔다. 아직까지 세부 계약은 맺지 않았지만 국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깔고 이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는 뜻을 모았다.
차지포인트는 미국 내 공용주차장·공용시설에 6만5000개 이상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현지 최대 사업자다. 멕시코에는 완·급속 충전기 제조시설까지 보유했다. 현대차를 포함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닛산, 벤츠, BMW, 재규어, 토요타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충전서비스 계약도 맺고 있다.
서비스 모델도 충전 분량에 따른 과금이 전부인 국내와 달리 접근성과 시간 단위별 요금제나 유통점 등 공용시설물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 노하우를 갖췄다. 여기에 다른 충전사업자 간 로밍서비스는 물론 해외에 출시된 대부분 전기차의 충전 프로토콜 등 각종 규격을 수용하는 서비스 체계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충전 사업 분야의 별도 조직을 꾸리고 충전서비스 시장에 대응해 왔다.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시설을 포함한 '복합 에너지시설'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차지포인트와 협력, 사업 기반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차지포인트 역시 국내 브랜드 인지도와 주유소 등 시설 인프라를 갖춘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차지포인트는 지난해부터 SK 외에 복수의 국내 사업자와 협력을 타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우선 SK주유소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전기차 충전 기반을 다진 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 독자충전 시설, 대형 유통점 충전시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전기차 충전 등 전력판매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지만 세계적 추세에 따라 전력판매 시장이 개방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차지포인트가 오래전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해왔다”면서 “차지포인트가 전기차는 물론 다양한 고객관리, 시설물 운영 관련 노하우와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충전 시장 진출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차지포인트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타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차지포인트 뿐만 아니라 유럽 충전서비스 업체와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공단의 충전기 보조금을 지원받아 전국 10여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