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가 열렸지만 R&D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연구기반이 부족하고 효율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체계적 연구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파급있는 기술이 시장으로 이전되는 사례가 드물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연구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R&D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 단계별로 투입·산출되는 자원 및 결과물과 연계해 부가가치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생태계 차원에서 연구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연구산업은 연구개발서비스산업과 연구기반산업이 두 축이다. 연구개발서비스산업은 R&D 활동, 과학기술지식을 시장수요에 맞게 제공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문연구산업, R&D기획 단계에서 지식재산권(IP)관리 및 기술사업화에 이르기까지 R&D 프로세스 전반의 전문적인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관리산업 등이 포함된다.
연구기반산업은 연구장비와 그 주변시스템 및 부품을 개발하거나 개조, 유지·보수·서비스 하는 연구장비산업과 실험용 동식물, 화학물질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재료나 소재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연구재료산업 등이 해당된다. 정부 R&D 현장 뒤에서 역할을 다하는 연구산업 분야를 조명해 본다.
대학, 연구소, 기술기업은 R&D 일환으로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한다. 직접 개발한 IP는 물론이고 세계 동향, 인용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 연구에 반영한다. 어떤 IP 관리시스템을 사용하느냐가 연구 효율성과 직결된다.
하지만 대부분 관리시스템이 단편적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친다. 특허 서지정보외 전문이나 패밀리(연관) 정보를 관리 시스템 내에서 확인할 수 없고 심사·등록 변동사항도 업데이트할 수 없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관리시스템은 수억원을 들여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구축해도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허 데이터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지정한 표준 형식을 토대로 서지, 발명의 명칭, 요약, 청구항 등으로 작성된다. 각국 특허청마다 다른 형식으로 데이터를 처리·관리해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 같은 국가에서도 과거와 현재 특허 데이터 형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워트인텔리전스(대표 윤정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살아있는 특허정보를 제공하는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 지식재산 전주기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글로벌 특허, 소송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간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서비스업혁신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을 받고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국가별 특허 데이터를 분석해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항목을 추출한 뒤 특허 데이터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시스템과 연동되면서도 지식재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AI 특허 관리 시스템은 특허 발굴·출원·등록은 물론 사후단계까지 모든 특허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특허경영전략까지 도출한다. 기술개발부터 특허권 소멸이나 기술이전까지 전주기를 통합 관리한다. 보유 특허의 기술 분류와 권리유지 기간, 기술이전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인공지능 모듈이 기술을 분류하고, 특허DB와 연동해 각종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자동으로 동기화한다. 특허권 이전과 유지에 관한 판단도 기존 각 기관의 판단 요소를 학습, 예측한다.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고 담당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같이 제공한다.
특허 분류 정확도도 높다. 연구소, 대학, 기업 등의 100개 특허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분류 정확도가 83.45%로 나타났다.
윤정호 대표는 “AI 특허 관리시스템은 보유 특허를 언제까지 유지하고 관련 기술을 어떻게 분류할지에 대한 결정을 학습을 통해 내리는 획기적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기존 IP시스템은 수작업으로 정보를 입력했지만 AI 특허 관리시스템은 특허DB 시스템과 결합해 자동으로 특허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기술분류·소멸·이전 예측 정보를 추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최미정 과기정통부 연구산업진흥과장은 “AI기반 지식재산 전주기 통합 관리 시스템은 연구개발 성과물 중 하나인 특허를 AI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면서 “연구산업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고부가가치 연구개발 서비스 성과”라고 평가했다. 최 과장은 “워트인텔리전스 같은 성공사례가 지속 창출되도록 연구개발서비스기업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