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10년간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능형 반도체뿐 아니라, 미세 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 제조 기술도 지원한다. 시스템반도체, 장비 첨단 기술을 상용화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세미나에서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추진계획'을 주제로 국내 반도체 기술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간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사업이다. 예산은 모두 1조96억원이다. 산업부가 미래 반도체 기술 상용화를 도모하기 위해 5216억원을 쓰고 나머지 예산은 과기부가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활용한다.
김동순 PD는 “최근 반도체 업계가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화 생산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술과 선진국 간 격차가 벌어졌고 원천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건실한 중소기업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지능형 반도체 등 설계 분야에 2706억원을 투자한다. 김 PD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인공지능 프로세서와 이것을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있는 고속 인터페이스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저전력 엣지 SoC(시스템온칩) 소자와 회로 기술, 차량용 고해상도 카메라 시스템 칩셋, 심전도 모니터링 센서 등 다양한 미래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지원한다.
아울러 초미세화 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 제조 기술 분야에 2511억원을 투자한다. 칩 크기 감소 등으로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이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공정 장비 기술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번 사업에서 정부는 원자층을 활용하는 식각(ALE) 장비, 극자외선(EUV)용 마스크 검사 장비, 3D 패키지 공정 기술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행사에 참석한 박종원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이번 사업과 더불어 소재, 부품, 장비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R&D 계획도 현재 예비타당성 심사 진행 중이어서 다양한 반도체 분야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올 9월까지 사업 추진단 구성을 마친 뒤, 오는 10월 수요 조사서를 접수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4월 경 첫 과제 선정을 끝내고 실행에 옮긴다.
김 PD는 “이번 사업에서 아쉽게 포함되지 못한 차세대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 계획을 만들고 있고 후공정 패키지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시스템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업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허염 시스템-반도체 포럼 회장(실리콘마이터스 대표)은 “지능형 프로세서를 개발할 때 설계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 플랫폼 지원,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지원 횟수를 늘려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칩 뿐 아니라 하드웨어를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비도 늘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