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업체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고객사가 많을수록 좋습니다. 삼성에서도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20일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 총괄워크숍' 토론회에 참석한 이승원 삼성전자 상무(파운드리사업부 기획팀장)는 팹리스 산업 생태계 육성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4월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계획 발표 이후 정책을 어떻게 꾸준히 이어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상무를 비롯해 김영식 SK하이닉스 상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병인 한중IC협력연구원장, 구용서 단국대학교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키워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칩 설계를 할 때 필요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설계 툴을 좀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지원하고자 정책 방침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정부 육성정책과 함께 민간의 과감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타트업과 중소업체가 사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대기업들이 펀드에 참여하거나 M&A하는 형태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사회적 인식이 확대돼 이런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등 외국 시스템반도체 기업들보다 갈수록 기술이 뒤처지는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인력 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상무는 “실제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반도체 관련 업체 인력이 부족할 뿐더러 역량도 부족하다”며 “이런 것을 극복하려면 소자회사 외에도 협력사들이 '한 팀'이 되어서 일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팹리스 업체들이 인력을 끌어들이고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현실적으로 젊은 인재들에게 잘 알려진 업체들이 많이 없는데 결국 인재들은 높은 급여에 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무대를 직접 뛰어다니면서 고객들의 요구 사항, 회사의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지속 검토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이고 단가가 낮은 제품을 팔기 보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만들어서 세계 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 성장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병인 한중IC협력연구원장은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기술 수준은 이미 삼성전자와 대등한 위치에 와있다”며 “1800여개 정도 되는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 총 매출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우리나라 업계의 10배가량 되는 것을 볼 때, 중국 시장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