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란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직 일본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30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불산)와 포토레지스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적용 중인 투명 폴리이미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7월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3개 품목은 앞으로 계약별로 일본 정부 수출 허가를 받는 형태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수출 허가 신청 면제 등 우대 조치를 받았다. 일본은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백색 국가'를 지정하고 우대 지원을 했다. 일본 정부가 백색 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고, 한국은 2004년 지정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방침이어서 허가 절차도 강화할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 끼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7월 1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이번 조치가 강제 징용 배상 소송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보복 차원인 것으로 해석했다. 산케이는 “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데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라고 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장 소재 수출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의 허가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허가 신청과 심사에 90일 정도가 걸리는 데다가 일본 정부가 사실상 소재 공급 여부를 결정하게 돼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규제 대상에 오른 소재들 중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면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여서 주목된다. 작년 11월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될 불화수소 물량 일부를 승인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도 국내 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린 바 있다. 불화수소가 재고 소진 후까지 공급되지 않으면 반도체 공장 자체가 멈출 수 있다. 불화수소 뿐만 아니라 포토레지스트(감광액)도 일본 의존도가 높고, 투명 폴리이미드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한 신소재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며 특히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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