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은 2021년에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분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들어갔지만 길게는 3년 동안 국산화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소재부품 사업에 기반 구축까지 포함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지만 예타 첫 단계인 기술성 평가도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예타 면제' 등을 통해 빠르게 핵심 소재 R&D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7일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소재부품 분야의 R&D 사업을 집대성한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 안을 만들고 예타 심사를 받고 있다. 사업은 2021~2026년 6년 동안 국내 소재부품 생태계 자립도를 높일 핵심 기술 개발이 목표다.
산업부는 이 사업의 120개 단위 과제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의 기술 개발 사업을 포함시켰다.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7나노미터(㎚)급 노드용 소재를 개발한다는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이 소재는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우리나라로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품목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규제 조치로 최근 국산화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기존 기술 개념을 뛰어넘는 초고난도 반도체 소재 기술 확보를 목표로 담았다.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국산화가 적기에 시작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은 긴 시간 동안 논의를 거쳐 오는 9~10월에야 추진 여부와 규모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까지 감안하면 2021년에나 신규 과제가 시작된다.
정부 R&D 관련 전문가는 “예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와 관련 기관에서 몇 년 동안 기획 인력을 투입했고, 자문역으로 참여한 전문가까지 합하면 수백명이다”면서 “이처럼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서 과제가 통과하더라도 예산의 60~70%만 반영될 공산이 크고, 사업 시행도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지난 4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일본이 수출 제한에 대응하기 연내 추진이 가능한 부품 자립 사업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당장 다음 달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고, 수출 제한 품목을 전방위로 확대할 공산이 크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응한 즉각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소재부품 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강화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문가는 “최근 남부내륙철도 사업도 예타 조사가 면제돼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소재·부품 R&D 사업도 예타 면제 등을 도입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사업은 금속화학,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기술 개발 과제를 대거 담았다. 산업부가 예타 안에서 제시한 예산은 5조129억원으로, 역대 정부의 R&D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후방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국내 소재·부품 생태계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담았다. 과제 목표가 정해진 '프로젝트형'과 민간 수요를 받아 과제를 기획하는 '프로그램형'으로 구성했다. 이가운데 프로젝트형 과제는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밸류체인강화형',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지원하는 '미래시장주도형' 과제로 나눠 사업을 추진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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