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도 논리도 옹색한 고용부의 가스연료 차별대우…산업시설 연료선택권 제한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특정 가스연료만 규제를 완화, 산업 시설의 연료선택권을 제한했다. 가격 변동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둘 가운데 저렴한 가스연료를 골라 쓰던 공장은 앞으로 선택지가 줄어든다.

한화토탈 LPG 탱크.
한화토탈 LPG 탱크.

7일 LPG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연료용 LNG에 대해 하루 사용량 5000㎏ 이상이면 공정안전보고서(PSM) 작성 의무를 부여하던 것을 5만㎏ 이하까지로 10배 완화했다.

LNG를 하루 5000~5만㎏ 사용하는 사업장에 PSM 작성 의무를 면제해줬다.

LNG와 같은 인화성 연료인 LPG는 5000㎏으로 이전과 그대로 유지했다. 종전에는 LNG와 LPG에 동일한 제조 취급 규정량을 적용했지만 LNG에 특정해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심사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PSM 제출 규제는 원유정제처리업 등 7개 업종 및 인화성 가스·액체 등 51개 유해·위험물질을 규정량 이상 취급하는 설비에 적용된다. 해당 업체는 PSM 작성·제출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평가 등급에 따라 주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표이사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고용부는 “LNG는 사업장에 저장하지 않고 배관을 통해서만 공급받는다”면서 “사업장 내 체류량이 적어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PSM 작성 의무 부담을 줄여 줬다”고 설명했다. LPG는 사업장에 저장탱크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 LNG와 같은 완화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PG업계는 고용부의 설명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보다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PSM 대상 물질 규정량 및 중복 규제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LNG와 LPG는 화재·폭발위험성 등 주요 안전 지표에서 같은 등급을 받았다.

저장탱크 등 LPG 공급설비는 LNG 설비와 동일하게 위험성이 낮고 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설비와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술검토·완성검사,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도 LPG 충전·저장 시설은 LNG 공급 시설과 동일하게 유해·위험 설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주요 선진국도 LPG와 LNG를 같은 범주에 놓고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고위험 화학물질이 없는 공정에서 연료로 LNG나 LPG를 사용하는 곳은 PSM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국도 LNG와 LPG 취급량 제한이 같다.

LPG업계는 LNG와 LPG가 대체재 관계에 있는 경쟁 연료임에도 정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연료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산업 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연료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시황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연료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PSM 차별 대우로 LPG 도입 시 직간접 비용·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에너지원을 유지하는 에너지믹스 최적화 등 정부 정책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LPG업계는 고용부에 'LPG의 PSM 규정량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안'을 두 차례 건의했으나 '수용불가' 답변을 받았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LNG는 배관으로 공급되고, LPG는 사업장에 저장탱크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안전관리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개정안 수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