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 배터리팩 양산 공장이 설립된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는 시설이다. 특히 자동화 라인을 통해 배터리팩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피엠그로우(대표 박재홍)는 연간 0.3GW(기가와트) 규모의 중대형 배터리팩 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군산, 김제(이상 전북), 포항(경북), 평택(경기) 4곳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달 중에 최종 1곳을 확정할 방침이다. 피엠그로우는 최근 삼성SDI, 코리아에셋, LB인베스트먼트로부터 7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도 확보했다.
공장은 연간 전기버스 1000대분(승용 전기차 5000~6000대분)의 배터리팩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전기차 전용 중대형 배터리팩 자동 생산시설로 지어진다. 배터리팩 자동화 라인이 들어서면 균일한 성능의 배터리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특히 국내 대표 배터리셀 업체인 삼성SDI가 피엠그로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 주목된다. 국내에서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용 팩 회사와 협업하는 첫 사례다.
피엠그로우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배터리 재사용 사업 △전기차 배터리 빅데이터 사업 △해외 사업 등도 벌일 계획이다. 전기차 빅데이터 사업은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실제 차량 운행에 따른 배터리 충·방전 등 경험치를 데이터로 축적한다. 이후 배터리셀이나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신사업이다. 또 차종별로 최적화된 배터리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활용한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는 “품질이 균일한 배터리 팩을 공급받지 못해 답답해 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 배터리팩 생산 라인을 짓게 됐다”면서 “양산 라인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품질과 물량 안정 확보는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엠그로우는 이미 자일대우버스 등 국내 전기버스·전기트럭 업체와 초소형 전기차 제작사 4~5곳의 배터리팩 수요처를 확보했다. 특히 전기차 확산과 함께 중소 전기차 제조사가 늘고 있어 안정된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세계 시장에서 배터리셀 제조업체가 패킹까지 함께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배터리 업체가 다양한 요구를 맞춰 주기보다 대량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동차 업체가 팩 공장을 두는 일이 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은 중국 현지에 대형 배터리팩 회사 세 곳을 지정, 협력사로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 등 대형 고객사는 CTAL과 직접 거래하고, 중소·중견 전기차업체는 팩 전문회사로부터 배터리팩을 구매한다. 또 국내 현대차그룹은 자체 물량을 소화할 HL그린파워(현대모비스·LG화학 합작)를 두고 있다. 피엠그로우는 이들과 달리 특정 회사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전기차 제조사와 거래하는 모델을 내세웠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