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국내 주요 산업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존 추진해온 융·복합 산업 육성과 관련 기술 개발에 더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을 높여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공학한림원이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한국공학한림원의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개최한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각 분야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이 산업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을 더 키워서 타 산업과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기술과 재료 육성을 위해 장기 발전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일괄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장기 관점의 연구개발(R&D) 지원과 환경 조성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요소기술 위주로 시행됐으나 이제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후방 기업과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과제가 중요해졌다”며 “돈이 아니라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대기업이 감독 혹은 코치 역할로 참여할 수 있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제품을 채택하려면 현업에서 감당하기 힘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원료 단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하고 제품 성능요건(스펙)을 정할 때부터 감독·코치 역할로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국가 자금 지원이 더해진다면 신제품 채택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기계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하면서 스마트화·무인화되며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고 있지만 융·복합 기술을 이용하는 생태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쉽게 양질의 융·복합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됐으면 한다”며 “기업이 필요한 맞춤형 융·복합 기술을 정부 주도로 민·관·학·연에서 개발해 오픈소스로 만들고 중소기업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기수 LG화학 CTO 사장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원재료 수급과 차별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우월한 기술력으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유럽의 공격적 투자와 가격 정책, 자국 내 산업보호 정책, 기술격차 감소 등으로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소재·부품 확보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체제 강화·육성·투자 노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날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 2월 산업미래전략위원회를 발족하고 한림원 회원 대상으로 미래 발전전략과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학한림원은 각 산업분야 기업 전문가와 석학 등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조사결과 전문가들은 저성장 지속, 노동시장 경직, 투자와 고용 부진, 후발국과의 기술격차 감소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서 주력산업 구조 개편을 하지 못했다고 봤다. 핵심 원천기술 고도화 미흡, 대립적 노사관계, 고급인력 부족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았다.
또 향후 5년 이내 산업 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예상했으며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안에 해결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공학한림원은 '산업 전환(Industry Transformation) 2030'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향후 10년에 걸친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시나리오와 마스터플랜 수립, 기술격차 확대 방안 등을 단계적으로 연구해 발표할 예정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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