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등 제품을 기획할 때 디자인부터 시작했다.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형태를 디자인으로 그려 가며 그다음 기능을 구현해 나갔다. 디자인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디자인 제조 업체 이디연은 국내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얼마 전 신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제품 '코르크스피커'의 차세대 버전인 조명을 더하고 조도 조절이 가능한 '코르크라이트'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펀딩 목표액인 300만원에서 1621% 이상을 달성한 총 4864만5000원을 펀딩 받는 데 성공했다. 코르크스피커는 철저하게 디자인에서 시작해 기능을 더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는 기능 이전에 디자인에 열광한다. 16배 이상의 펀딩 성공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탈리아는 디자인 산업 중심지로서 전 세계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전자 등 첨단 산업의 디자인 트렌드 리서치 대상이 되고 있는 가구 디자인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세계 최고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밀라노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밀라노 디자인선언을 하기도 한 바 있다. 밀라노는 패션, 예술, 전자 제품, 정보기술(IT) 등 첨단 콘텐츠 산업 브랜드가 매년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디자인 행사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열리는 중심지이자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 중심지다. 이 때문에 애플, 3M 등 글로벌 브랜드 제조사들이 이곳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스터디해 혁신 프로세스와 소재 개발 및 연구개발(R&D) 등에 영감을 얻는다. 현지에서도 디자인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밀라노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우리나라도 유명한 디자인 액셀러레이터 FAT가 밀라노에 자리 잡고 있다.
토리노는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와 슈퍼카를 만들어 온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자로의 이탈디자인이 탄생한 곳이다. 또 이탈리아 최초로 밀봉형 분쇄커피를 제작해 세계 수준의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라바차의 창업 스토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7월 4~5일 이틀 동안 토리노에 위치한 액셀러레이터 스타부스트가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푸드, 와인, 스마트파밍, 스포츠, 디자인장인, 패션과 융합한 ICT 스타트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블록체인을 이용해 스포츠 정보 교류를 하는 사업 모델은 축구 관련 시장을 크게 형성한 유럽 현장 투자자들에 의해 시장성을 인정받기도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 브랜드 카르텔·마지스·카펠리니·모로소·몰테니 등은 산업 성공을 넘어 문화 기업으로 성장해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 뉴욕 MoMA,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 영국 디자인 뮤지엄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 뮤지엄에 상당수 디자인 제품이 영구 소장돼 있다. 이탈리아는 과학, 디자인, 장인 융합형으로 세계 명품 브랜드의 경영 노하우 케이스 스터디 모델이 되고 있다. 다수의 이탈리아 디자인 기업은 공학자 출신 창업자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문화 기업으로 성장해 온 역사가 있다. 세계 최고 플라스틱 가구 브랜드 카르텔의 창업자 레오 카스텔리는 화학자 출신으로서 과학실에 납품하는 초기 플라스틱, 차량용 스키 거치대를 제조하는 회사를 처음 창업했다. 창업 후 플라스틱에 색상을 넣고 가내 용품을 제작해서 소재를 개량하며 1950~1960년대 플라스틱 제품의 전 세계 붐을 끌어냈다.
조명 브랜드 아르테미데의 창업자 에르네스토 지스몬디는 우주항공학 전공자로, 전공에서 배운 기술과 공학 관심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세계 최초로 무선 조명,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선도, 자연광에 가장 가까운 인공조명 등을 개발하는 등 전 세계 베스트셀러와 시대의 디자인 아이콘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0년 이상 디자인하우스를 운영한 D3 여미영 대표는 “산업 성공을 넘어 문화 성공을 이뤄야 하는 콘텐츠 영역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고 협업하면 한국 콘텐츠를 세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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