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동영상 사업 강화를 위해 네이버TV 문호를 파격 개방했다.
네이버는 이달 들어 네이버TV 후원 조건을 구독자 500명으로 낮췄다. 기존에는 3000명 구독자를 확보해야 후원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후원은 네이버TV 채널 개설자가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리워드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3월 말부터 후원 기능을 오픈해 일부 채널 개설자에게 제공했다.
네이버TV가 문턱을 낮추는 것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오픈플랫폼 급성장에 대응하는 취지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이지만 유독 동영상 사업에서는 유튜브 독주를 저지하지 못했다.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국내 규제에 전면 노출된 네이버 사업 성격상,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를 내보내는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채널 개설이 신고제라면 네이버는 허가제다.
네이버는 대신 영향력이 큰 콘텐츠 제공자와 협업해 사업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크게 브이(V)라이브, 네이버TV 두 가지로 동영상 비즈니스를 전개 중이다. 브이라이브는 대형 기획사와 손을 잡았다. 방탄소년단 채널이 대표적이다. 네이버TV는 방송사나 인풀루언서와 협업해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오픈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만으로는 이용자 수요를 맞추기 힘들어졌다. 브이라이브나 네이버TV 모두 채널 개설부터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제한된 콘텐츠만 나오는 구조다. 네이버 동영상 사업의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위버스' 등 독자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독립에 나섰다.
네이버는 동영상 사업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상반기 모바일 버전에 동영상 판을 신설하고 창작자 보상구조, 편집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후원기능에 앞서 네이버TV 채널 개설 조건도 한 차례 완화했다. 기존에는 타 플랫폼 구독자 300명을 확보해야했지만 이를 100명으로 낮췄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와 인터넷 방송인 그룹을 지속적으로 미팅하며 사업 확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방송인들은 네이버에도 관심이 많다”면서 “채널을 확장하는 개념에서 네이버TV 채널 개설 조건이 완화되고 보상구조가 정착되면 일단 진출을 시도할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동영상 사업에서 보수적 기조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은 여전하다. 네이버는 상반기를 목표로 네이버TV 채널개설 조건 완전삭제와 동영상 판 도입을 공언했지만 연내로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오픈플랫폼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와 동영상 사업 확장 사이에서 전략적인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라면서 “하지만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들의 동영상 사업이 개방을 전제로 진화하는 만큼 단계적 완화를 통해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