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블록체인에서 '증권대금 동시결제(DvP)'를 구현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스마트 콘트랙트로 증권거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한 이론 모형을 도출할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증권결제 블록체인 모의테스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융기관과 학계가 머리를 맞댔다. 한은 금융결제국과 전산정보국에서 각각 1명, 서울대 교수와 블록체인에 정통한 또 다른 교수 총 4명이 팀을 꾸렸다.
9월까지 블록체인상 DvP를 구현하는 설계 스킴(Scheme)을 짠다는 게 목표다. 이번 연구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하반기 중 개념검증(PoC)를 진행한다.
DvP는 중앙 예탁기관 증권결제 시스템을 대금 결제 은행 자금결제시스템과 연계,증권 거래 시 증권 실물과 대금을 동시 결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요 증권거래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망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시스템을 연계하고 있다.
한은은 이 중 대금 결제가 이뤄지는 금융망을 대상으로 모의테스트에 착수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예탁결제원과 협업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기존 전산 시스템에서는 완전한 DvP가 구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스마트 콘트랙트를 도입,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콘트랙트에서는 사전에 정한 알고리즘 충족 시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스마트 콘트랙트가 잘 가동되기에 좋은 환경이 블록체인이라고 판단, 개념검증에 앞서 테스트를 실시하게 됐다”면서 “아직은 시뮬레이션 정도며 개념검증까지 넘어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은금융망 대상 모의테스트는 이번이 세 번째다. 한은은 2017년부터 거액결제, 소액결제 블록체인 모의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2월 R3CEV 금융 플랫폼 '코다'로 금융 기관 간 자금 이체를 구현하는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올해 1월 블로코를 통해 개인 간 자금이체 테스트까지 마무리했다.
다만 이번 증권결제 테스트도 학술적 접근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앞서 두 번의 테스트에서도 '블록체인 자금이체 접목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효율성(거래 처리 속도)과 복원성이 금융기관 수준이 아닌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