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을 고려하면 국내 병원이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은 당장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병원의 미래 먹거리와 의료 취약국가에 한국 의술을 전파한다는 자부심으로 앞만 보며 달리고 있습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대형병원도 쉽지 않은 해외진출을 중견·중소병원이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국내시장에 안주해서는 생존이 어렵다. 특히 약자에 의술을 베푸는 의료진과 병원 임직원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원장은 “해외 진출을 위해 타당성 조사를 하면 긍정적 전망을 얻기 어렵다”면서 “대부분 진출을 포기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진출 국가를 확대하면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척추·관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힘찬병원은 전국 8개 분원을 거느린 중견병원이다. 해마다 50만명 가까이 내원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현지 병원 설립, 외국인 환자 유치에 집중한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힘찬관절·척추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올해 4월에는 러시아 사할린힘찬병원을 개원했다. 하반기 세 번째인 우스베키스탄 부하라힘찬병원 개원까지 앞뒀다. UAE 힘찬관절·척추센터는 개소 3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9월부터 의료진을 추가로 파견해 확장한다. 재활센터 역시 280평으로 넓힌다.
사할린힘찬병원은 외국인 의사가 진료하지 못하는 제도 때문에 현지의사를 고용해 진료한다. 하지만 상당부분 한국 힘찬병원 의료진과 화상진료 거점으로 활용된다. 매주 4회 진행되는 영상진료는 한 달에 40~50건씩 이뤄진다.
이 대표원장은 “중동은 서구권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고급 의료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성이 뛰어난 곳”이라면서 “사할린은 1차적으로 한국 의료진과 영상진료가 이뤄지는 동시에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유치하는 거점이 된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힘찬병원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201명이다. 러시아 환자가 143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29명, 독립국가연합(CIS) 18명, 몽골 9명, 미국 2명이다. 수요가 큰 러시아 환자를 국내로 유입하는 거점이 사할린힘찬병원이다. 내달 개원하는 부하라병원 역시 중앙아시아 확장성을 고려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아시아 정부의 열악한 행정 지원, 수익 회수, 현지 인력과 장비 파견 비용 등 중견·중소병원 입장에서 부담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국내 병원산업 상황과 직원에게 줄 비전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힘찬병원을 내원한 환자는 52만2000여명으로 전년대비 6% 성장했지만, 국내에도 척추·관절병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제까지 성장을 거듭할지 미지수”라면서 “환자 다변화가 필요한데 단순히 국내로 오는 환자만 유치하는 소극적 전략보다는 현지에 거점을 마련해 우리 병원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하라병원은 우리가 주로 진료하는 척추·관절 질환을 넘어 내과, 외과까지 진료한 종합병원으로 개원할 예정”이라면서 “한국 의료 서비스가 수익이 아닌 가치를 전파하는 데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의료진, 임직원에게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