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케미칼, 2조7000억 투입 HPC 가동 앞당긴다

[사진= 현대케미칼 제공]
[사진= 현대케미칼 제공]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이 수조원을 투입한 올레핀 생산시설 'HPC(정유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장)' 가동을 최대 1년 앞당길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 설비에서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에틸렌의 글로벌 가격 하락을 우려, 수익을 조기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케미칼은 한국전력거래소에 2020년 8월부터 연간 300MW 전력을 충남 서산에 건설 중인 HPC로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롯데케미칼과 각각 지분 60%, 40%를 투자,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고 지난해 5월부터 2조7000억원을 들여 HPC 건설에 들어간 바 있다.

업계에선 현대케미칼이 송전을 요청한 2020년 하반기를 HPC 가동 시점으로 보고 있다. 애초 2021년 6월 준공 예정일보다 1년여 빨라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험 가동 기간만 해도 최대 6개월이 걸린다”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과 판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해 전력 공급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며 “늦어도 2021년 초부터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케미칼이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것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올레핀을 통해 연간 각각 75만톤, 40만톤을 생산되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에틸렌, 프로필렌 다중결합으로 만들어진다.

현대케미칼 입장에선 제품가 하락 이전에 최대한 공장을 가동, 판매를 늘리는 게 수익에 유리한 셈이다.

실제 에틸렌의 경우, 2023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공급 과잉 탓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약 1300만톤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은 에틸렌 생산량이 약 800만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선 2023년까지 에쓰오일 150만톤, GS칼텍스 70만톤, LG화학 110만톤, 현대케미칼 75만톤, 한화토탈 31만톤, 롯데케미칼 29만톤 등 총 456만톤을 증설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에틸렌 공급분에 비해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판매 가격과 마진이 높았다”면서 “이에 국내 정유사들을 비롯해 글로벌 석유화학사들이 올레핀 투자를 늘렸고, 향후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에틸렌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HPC 조기 가동이 갖는 상징성도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코스모를 통해 방향족인 파라자일렌, 벤젠, 톨렌 등을 생산해 왔다. 올레핀 설비 HPC까지 가동되면 석유화학산업의 두 축을 모두 갖게 된다. 명실공히 종합화학사로 거듭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올레핀 원재료인 나프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제품 생산을 할 수 있다”면서 “가동이 빨라질수록 사업도 조기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