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발길, 닫힌 지갑…암운 드리운 대형마트

고객들이 이마트 의왕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고객들이 이마트 의왕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실적 공개를 앞둔 대형마트가 반등의 불씨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소비침체까지 더해져 각종 지표도 악화일로다. 국내 유통업을 이끌었던 대형마트가 회복하기 힘든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18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5.4%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마트는 올해 전사적 타개책 마련에 나섰지만 성과가 여의치 않다.

공격적 할인 행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점포 성장마저 제한됐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기존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2% 역신장했다. 지난 한 해 기존점 매출이 2.8% 감소했던 것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1분기 기존점 매출이 3.6% 감소하며 지난해(-2.5%)보다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고객 이탈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가 동시에 발생한 탓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5분위 계층 이하 소비여력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식품군 판가 상승까지 맞물려 구매건수가 지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매건수는 물론 객단가(인당 평균 구매액)마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3분기 연속 대형마트 매출과 구매건수 모두 역신장한 가운데 지난 6월 객단가가 3만6485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2.3% 감소했다.

이마트가 신사업으로 키우는 트레이더스마저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해 상반기 트레이더스 기존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8% 성장했다. 20%에 달했던 2017년 신장률에서 지난해 6.5%로 꾸준히 하향 추세다.

대형마트가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며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무디스는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 창출력 저하와 비우호적 영업여건에 따른 실적 회복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대내외 경쟁 환경과 소매유통업 트렌드 변화 등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추세 인지를 판단해 신용도를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온라인과의 정면 승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사업 전반의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의 규제와 인구구조 변화 등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들이 대형마트를 급격한 쇠퇴기로 이끌었다”면서 “지금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성장할 수 없다. 업(業)의 본질부터 바꿔야 한다. 판매 시설은 줄이고 치과·미용실 등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늘리는 등 고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