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가 중에서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현재가격이 단순히 현재 판매량과 수익뿐만 아니라 미래 판매량과 수익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현재 제품 가격을 결정할 때, 다가올 미래 상황 변화를 고려해 정하곤 한다. 너무 비싸서 첫 출시부터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는건 아닌지, 반대로 가격이 너무 저렴해 브랜드 가치 내지 회사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히게 되는건 아닌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할인 행사등의 이벤트를 수행할 여지가 있는 가격 수준인지 등을 고려해 초기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지금 어떠한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 행보가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요인은 단순히 제품 가격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비용 측면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체 판매량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매출액이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제품 생산에 투여되는 단위당 비용 역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만약 특정 기업이 전달력 높은 가격을 설정할 경우, 대량 판매가 용이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실현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란 기업이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제품 하나를 만드는 단위당 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규모의 경제를 가져다 주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생산 과정의 '비분할성(indivisibility)'을 들 수 있다.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여러 비용 중에는 제품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와 함께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의 생산량이 줄어도 비용이 함께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생산량이 줄어도 투여된 생산요소가 줄지 않아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경우를 비분할성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가 고객에게 물품을 발송하기 위해 트럭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고객이 물건을 1개 주문하든 10개 주문하든 주문한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트럭을 운행하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건을 1개만 주문하면 해당 물건을 만드는 데 투여되는 원료비, 제조비 등은 그만큼 줄어들지만, 배송비는 줄어들지 않는 비분할성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고객의 주문이 늘어날 경우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배송 시 투여되는 비용이 10만원이라고 한다면, 제품 1개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투여된 배송비는 제품 한 개에 10만원이다. 하지만 제품 10개를 배송할 경우 개당 배송비는 1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제품 하나당 투여되는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초기 판매량이 증가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평균생산비용이 감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기업들이 초기 제품 가격을 낮춰 무조건 초기 판매량을 높이는 데만 치중하지는 않는다. 초기 판매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후속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제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동차 회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내년에 차를 교체하려는 사람들을 올해로 앞당기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올해 판매량이 늘었다고 해서 내년도 판매량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일 년 만에 또 다시 자동차를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올해의 판매량 증가는 내년의 판매량 감소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초창기 대량의 판매량을 감당하기 위해 투여된 대규모 설비투자가 차기 연도부터는 상당 부분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기업들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지금의 판매량을 높이기 데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