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험 제공'이 은행권 생존 화두로 부상했다. 특히 올해 들어 점포 내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축할 뿐 아니라 고객 동선을 분석하는 등 각 은행의 전략이 가시화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고객 여정에 따라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그 첫 단계로 외부 컨설팅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고객 여정'은 고객이 금융 상품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제로 가입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점포 내에서 고객 동선뿐 아니라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금융상품을 검색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는 게 목표다. 모바일 뱅킹과 대면 점포 등 은행 전 채널에서 고객이 디지털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이달 14일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18주 동안 컨설팅 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최근 영업점 내 디지털 사이니지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비디오월(Video-wall)과 디지털포스터로 구성된 디지털 디스플레이 형태 홍보 플랫폼이다. 상품정보, 환율정보, 순번표시 등 정보를 큰 화면으로 제공한다.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 운영한 후 점차 전국 영업점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사이니지에 들어갈 콘텐츠와 솔루션도 외부 업체와 협업해 개발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디지털 사이니지를 주요 지점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앞서 1월부터 본점 영업부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BNK부산은행도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 설치 대열에 가세했다.
KB국민은행은 '현금·서류 없는 점포'를 내걸었다. 1월 김포한강도시에서 처음 문을 연 KB디지털금융점에서는 고객이 대기 시간 없이 STM, 자동입출금기(ATM), 공과금 자동수납기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3월 직원 없는 점포 '디지털 뱅킹존'을 도입했다.
디지털 뱅킹존에서는 바이오 정보(손바닥 정맥)를 통해 실명확인 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개 업무가 가능하다. 은행권 최초 키오스크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고객센터 직원과 화상상담도 지원한다.
NH농협은행은 내년 초까지 고객 스스로 예·적금 가입과 카드 발급 등 업무를 보게 하는 'NH-STM'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고객이 점포를 찾아야만 했다면 이제는 은행권이 손님 중심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야 금융 상품 수요가 있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