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도 잊었다. 원가절감과 경쟁격화 등 제조 한계를 맞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산업용 안전 보호구 기업 '오토스윙(대표 허문영)'을 찾았을 때 회의실 대형 모니터에는 3D캐드로 구현된 작업환경이 띄워져있었다. 이 화면을 놓고 삼성전자스마트공장지원센터에서 나온 전문위원 4명이 오토스윙 직원과 함께 제조 레이아웃 개선방향을 치열하게 토론했다.
오토스윙 주력제품인 자동전자용접면은 3M 등 글로벌 대기업 제품과 경쟁하며 1·2위를 다툰다. 국내 첨단산업 발전에 발맞춰 성장한 제품이다. 작년 매출 330억원을 거뒀고, 이중 약 90%가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이지만 개선할 문제가 많다.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과 재고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허문영 오토스윙 대표는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30%까지 올라왔다가 불량 문제와 저가 중국산 공습으로 17%까지 줄었다”면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장을 베트남이나 수출 물량 대부분을 주문하는 미국으로 옮길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조금씩 사세를 확장하면서 조립라인과 자재창고 등 규모를 늘려간다. 창고와 공정 구분이 없어졌다. 이때 공정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작업방식이 굳어진다.
오토스윙도 주문량이 갑자기 늘면서 조립라인 옆에 자재를 놓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는 물류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때 담당자가 아니면 부품조차 찾기 어려웠다.
김종설 오토스윙 공장장(이사)은 조립라인과 포장박스가 한 공간에 있어 이동조차 원활하지 않았던 과거 공장모습에 대해 “점점 뜨거워지는 물속에 있는 개구리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오토스윙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의 첫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두 번째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에는 7개 협력사가 동참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 참여 및 지원이 함께 이뤄졌다.
오토스윙은 시스템 구축과 함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을 진행하고 협력사는 '3정5S'로 대표되는 환경안전과 제조공정 정비를 진행한다.
총 8개 기업이 참여해 동시에 시작하는 패밀리혁신에선 기업간 생산현황, 설비현황, 모니터링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이뤄진다. 8개 회사 대표, 실무 담당자와 전문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 원가, 품질, 생산성, 물류 분야별 1000여개가 넘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 중 해결 과제 180여개를 도출해냈다.
김종설 공장장은 “병원에서 의사에게 증세를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병을 못 고치는 것처럼 모두 말해야 한다”면서 현장 전문위원들과 적극 협력했다.
제안한 개선 과제를 모두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한다. 처음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협력사들은 하드웨어 구축 등 시스템 비용을 줄이고, 현장 환경 개선에 최대한 투자하기로 했다. 기존 컴퓨터·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절감과 재고관리 등 생산성을 높이는 환경 구축에 집중한다.
오토스윙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계기로 100억원 상당 유무형 가치를 추가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허문영 대표는 “해외로 공장을 옮겼을 때 발생하는 기술유출 문제 등에 심각하게 고려하다 스마트공장을 마지막 승부수로 보고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제조 혁신을 통해 기술과 시장점유율 모두에서 독보적 1등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토스윙과 7개 협력사의 패밀리혁신은 10월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