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간 경제전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정교해지고 있다. 단순한 일본산 브랜드 제품 불매를 넘어 기업의 지분 구조나 상품 원재료까지 따져가며 불매 대상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막말 등 파문이 일고 있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넘어 퇴출 수준의 강도높은 움직임이 집단적으로 일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접점이 넓은 유통업계는 강화된 불매운동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최근 '막말 유튜브'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해명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이 악화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오너 사퇴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와 관련한 처신과 논란으로 사퇴까지 한 것은 윤 회장이 최초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지분구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제품 원료에 일본산이 사용됐는지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최근 인터넷커뮤니티에선 '국내 대형 식품사 일본산 재료 사용 현황'의 게시글이 퍼져 언급된 식품 업체들이 사실 관계를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일본산 제품 불매가 능동적이고 세밀화 되고 있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다.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지 않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시 위해 이들 기업들은 극소량 사용되는 일본산 첨가물이나 향료의 경우에도 대체품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한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는 입장을 매번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과 합작 형태의 사업이 많고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주주라는 이유에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동아오츠카, 다이소 등 일본기업 일부 지분이 포함된 기업들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복절을 기념해 국내 브랜드가 내놓은 한정판 제품들은 상대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제조·유통 일괄형(SPA) 국내 브랜드 탑텐이 광복절을 앞두고 7월 초 출시한 '8.15 캠페인 티셔츠'는 최근까지 전체 기획물량 1만장 중 95% 이상이 판매됐다.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산 문구 브랜드 모나미도 5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 'FX 153' 광복절 한정판 패키지가 출시 하루 만인 6일 핫트랙스 1000세트, 11번가 5000세트, 모나미몰 1000세트 등 초도물량 7000세트가 매진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뜨거워질수록 일본 제품을 대체할 국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광복절 맞이 애국 마케팅을 펼치는 국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