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5곳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이 올해부터 졸업자들을 산업계에 잇달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학업과정 중 체득한 인턴십에다 다양한 실무 경험, 도전의지가 더해져 그 어떤 전공분야 졸업자 보다 뛰어난 사회진출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연구에서부터 데이터개발자, 청년 창업까지 이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올해 초 충남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상수씨(28)는 네이버 쇼핑데이터 개발 파트에서 데이터·SW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충남대 SW중심대학사업단(김형신 교수 총괄)에서 제공한 미국 퍼듀대 인턴십을 3학년 때 마치고, 4학년부터 MI-333이라는 학교 중장기 해외 인턴십 과정을 통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국방 분야 AI 스타트업에서 6개월간 일한 실무경험이 첫 취업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해외 인턴십을 마치고 귀국한 후 AI 오픈 스터디 모임 리더로 활동하면서 데이터와 AI 관련 지식과 경험을 계속 쌓았다.
이씨는 SW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SW중심대학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세계 곳곳 개발자가 다루는 오픈소스 SW를 경험하고 그 소스들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깃허브(Github)'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꾸준히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계성혁씨(26)는 올해 아주대 SW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LG전자 채용 계약형 SW석사과정을 KAIST에서 밟고 있다. 회사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석사과정을 마치면 LG전자에서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최고기술임원(CTO) 소속 연구부문에서 일한다. 아주대 SW중심대학(류기열 교수 총괄)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 것이 주효했다. 10주 과정 I-SURF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 UC어바인 현지 교수와 함께 SW개발 과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와 아주대 SW학과가 공동 마련한 스타트업-인재매칭 프로그램 '디매치(D.Match)'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더블H홀딩스)에서 6개월간 서버 엔지니어링 인턴으로 일한 것이 진로 선택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계씨는 후배들에게 “SW학과 담당 교수에게 교과와 자신 진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특히 산학협력 중점 교수들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몸으로 부딪혀 보라”고 권했다.
소셜벤처 '잡쇼퍼' 권기원 대표(27)는 고교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창업을 향한 그의 열정을 구체적으로 도와준 곳이 바로 고려대 SW중심대학(이원규 교수 총괄)이다. 'SW벤처 융합전공을 통한 체계적 창업 교육 및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팀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SW전공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과 창업 기획안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4학년 때 참여한 10일간 미국 실리콘밸리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한 현지 창업분야 멘토를 만나는 기회이자 현지 기업 문화을 경험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권 대표는 SW창업을 꿈꾸는 학생에게 냉정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쏟아지는 국가·공공기관 지원을 등에 업은 소위 '창업놀이'는 절대 금물”이라며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