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동을 기술이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들이 인간 대신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을 수행하고 있고 제조업, 서비스업,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 등에서 RPA(Robot Process Automation)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토종 RPA 솔루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리드원의 김계관 대표를 어렵게 만났을 때, RPA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 RPA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 기업들은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는 기업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성과를 높이기 위한 혁신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피로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업무를 배정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RPA는 업무 난이도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를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RPA는 수작업 실수로 인한 불필요한 업무 로스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RPA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원하는 기업들이 망설임 없이 도입해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RPA는 초창기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지만, 이제는 제조, 서비스, 공공기관 등에서도 RPA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RPA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해외와 비교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2.0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한데 전 세계적으로 국내처럼 빠르게 RPA와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속도가 빨라지면서 RPA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 그리드원은 2017년 RPA 솔루션 ‘오토메이트원(AutomateOne)’을 출시한 이후 100여 곳의 고객을 대상으로 RPA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고객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기존 RPA 솔루션으로 구현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이미 고객들은 원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RPA를 넘어서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로봇에 대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리드원 역시 소프트웨어 2.0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RPA 솔루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 2.0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 소프트웨어 2.0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2.0이란 인공 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과거에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문제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작성하고 그것을 코딩이라는 방식을 통해 구현했다면, 소프트웨어 2.0은 코딩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그간은 인간이 명령한 범위 내에서만 업무를 수행했지만, 소프트웨어 2.0 기술은 명령받은 일 이외에도 학습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여 다른 일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지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휴먼 라이크(human-like) 즉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론적으로 소프트웨어 2.0은 비욘드 RPA라는 주제에 핵심적인 콘셉트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
▲ 그리드원은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소프트웨어 2.0 기반의 솔루션 ‘AI 인스펙터원(AI InspectorOne)’을 개발했다. AI 인스펙터원은 딥러닝 기반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다양한 유형의 문자와 문서를 인식하고, 검증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다. 그리드원이 자체적으로 500개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AI 인스펙터원으로 테스트한 결과, 94% 정도의 데이터는 정확하게 인식을 했고, 나머지 6%는 검증이 필요한 데이터라는 것을 안내했다.
이 부분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확인하면 되는 것인데, 500개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업무량을 94%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머지 6%의 데이터도 사람을 통해 검증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인데, 이런 관점으로 보면 데이터 인식과 검증의 정확도가 100%라고 볼 수 있다. 놓치는 데이터 없이 사람이 필요한 부분만 일을 하면 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로봇과 인간이 효율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 'AI 인스펙터원'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
AI 인스펙터원(AI InspectorOne)은 비전(Vision), 자연어처리(NLP), 광학문자인식(OCR), 캡차(CATPCHA: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 등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30여 개 이상의 기업에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신용장이나 거래내역서의 정보를 추출하거나 보험사의 서류 검증, 교육기관의 증명서 확인 등의 문서 확인, 검증, 데이터 추출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으며, 캡차(CAPTCHA)가 적용된 업무의 자동화도 AI 인스펙터원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 향후 국내 RPA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 앞으로는 점점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는 업무로 RPA의 적용 범위가 넓혀질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2.0의 구현이 관건이 되긴 하겠지만, 최근 그리드원이 수행하고 있는 RPA 프로젝트를 보면 예전보다 학습 기반의 업무 선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과 금융권 중심에서 중소기업과 제조업 및 서비스업으로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사업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되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서의 RPA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드원의 경우 제조업의 고객 비율이 40%에 달한다. 특히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도 RPA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고, 내년 시행 예정인 서비스업 대상의 스마트서비스 사업에도 RPA가 주요 솔루션으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해당 업종과 기업군에 RPA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
-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RPA 도입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 했는데, 소프트웨어 2.0 기술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 제조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기로 상품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많고, 생산 제품의 라벨 등에 적혀 있는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 2.0 기반의 RPA 기술이 도입될 경우 앞서 언급했던 업무들의 자동화가 가능하다. 우선 인공지능 비전 기술을 적용하여 생산 제품의 라벨 데이터를 추출하고, 확인된 데이터를 RPA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 수기로 입력된 상품 정보 역시 학습이 가능한 광학문자인식 기술로 프로세스 자동화가 가능하다. 생산 원료 같은 경우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 받아 부족한 원료를 자동으로 주문하는 등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 최근에는 컨택센터와 같은 BPO시장에서도 RPA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시장이 향후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력 운영 이슈를 RPA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컨택센터의 경우 최근 챗봇과의 연계를 통해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객의 문의를 챗봇이 1차적으로 응대하고, 접수된 문의 사항을 RPA가 프로세스에 따라 상담원 대신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상담원은 난이도가 있는 문의에 대응하거나 누적 문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이 변경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RPA로 직접 자동화하는 단계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1명당 1개의 소프트웨어 로봇이 함께하며 원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도 가능하리라 본다.
- 그간의 사례로 보면 RPA는 구축 기간은 비교적 짧으나 운영관리에 대해 신경 쓸 것은 많아 보였다.
▲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RPA 프로젝트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사업 수행 주체 즉, 거버넌스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해외와 다르게 국내에서는 IT 부서에서 시작하여 일부 혁신부서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 초기부터 CoE(Center of Excellence, 전문가 조직)를 강화하여 RPA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모 은행에서RPA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 사내 IT 담당자를 영입하여 기존 사업 담당자를 보완하고 있는데, RPA 도입 이후 큰 이슈 없이 당초 예정했던 목표 성과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리스크 관리다. 사업 수행 전부터 RPA 도입 이후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여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고, 부서별 업무 분장과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더불어 정보보호 이슈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 RPA 보급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인재 양성에 대한 이슈도 커지고 있다.
▲ 인력 부족은 요즘 RPA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교육인데 교육은 크게 내부 교육과 외부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 교육은 RPA 운영에 있어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RPA 사업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직접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영역으로 성장해야, 궁극적으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교육은 RPA 사업과 개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업무 자동화로 인해 인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RPA가 신규 인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도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 교육이 원활히 진행돼야 신규 인력이 필요할 때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그리드원은 전국의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비롯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요자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비욘드 RPA 시대의 성공은 기술적으로나 인력적으로나 미리 준비한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그리드원만의 장점과 앞으로의 포부는?
▲ 그리드원의 국내 레퍼런스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그것은 그리드원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구축 경험을 넘어서 변수에 대응한 경험이 많다는 의미이다. RPA는 구축도 중요하지만 구축 이후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그리드원만의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그리드원은 인공지능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국내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인 기업들 가운데 비욘드 RPA 시대를 리딩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한 솔루션을 비교해 보면 그리드원의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드원은 소프트웨어 2.0 시대를 맞아 학습 기반 자동화 플랫폼을 보다 발전시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 자동화 모델을 생성할 수 있도록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이 아닌 일반인들도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장비를 이용해서 개인 비서로 지능형 소프트웨어 로봇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2.0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RPA 1위'를 넘어, RPA와 인공지능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서고자 한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