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가 중소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 부담을 줄여 준다. 중소CP 망 이용대가를 크게 줄이고 스타트업은 일정 기간 대가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통신사는 정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이후 망 이용대가 논란으로 비화되자 인터넷 상호접속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은 중소 CP 망 이용대가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입한 신상호접속고시가 중소 CP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콘텐츠 산업계의 우려를 수용하고 선제적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망 이용대가가 급증했다는 실증은 아직 없지만 트래픽이 급증하면 망 이용대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소 CP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해 중소 CP 망 이용대가 경감 방안을 콘텐츠 사업자, 정부와 고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구상하는 중소 CP 망 이용대가 경감은 요금 할인과 한시 요금 면제로 구분된다. 중소 CP는 시장 가격보다 할인된 요율로 망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요율을 낮추면 트래픽이 증가해도 총 망 이용대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스타트업 등 소규모 CP는 초기 시장 안착을 돕기 위해 한시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망 이용대가 부담이 없으면 초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통신사 구상이 실현되면 중소 CP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해외 콘텐츠 사업자와 역차별 해소도 기대된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기술적·제도적 난점을 제거해야 한다.
중소 CP 기준을 정해야 한다. 매출액과 트래픽 양 등 다양한 기준이 가능하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망 이용대가를 얼마나 할인할지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할인은 망 유지에 부담을 주고 추가 할인 요구로 이어져 '망=무료'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게 통신사의 부담이다.
스타트업 또는 중소 CP의 특정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적용, 통신사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또 스타트업이 콘텐츠전송대행사업자(CDN)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트래픽을 걸러 내고, CDN과 별도로 정산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해결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내 상호접속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통신사는 이보다 앞서 중소 CP 망 이용대가 경감 방안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가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정부는 물론 스타트업 등 콘텐츠 사업자와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면서 “중소 CP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