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에칭가스'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개시했다. 동시에 가스 제조에 필요한 인·허가 등 행정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최근 (에칭가스 생산을 위한) 설비 발주(RFP)를 냈다”면서 “초기기 때문에 파일럿 규모 설비를 우선 갖추고 올 연말 샘플을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가 준비 중인 가스는 '불산(HF=불화수소)계 에칭가스'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불필요한 회로를 깎는 데 쓰인다. 그래서 '에칭가스'나 '식각가스'로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불산계 에칭가스는 일본 쇼와덴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독점 공급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4일부터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면서 수급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이 통제하겠다며 지정한 품목인 불산, 즉 불화수소가 에칭가스에 사용돼서다.
그러자 특수가스 전문 회사인 SK머티리얼즈가 불산계 에칭가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산화가 안 된 소재를 사업화하려는 목적,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대체재 마련을 위해서다.
같은 그룹 내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영속성을 위해 핵심 소재를 내재화하려는 SK그룹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본지 2019년 7월 26일자 1면 참조>
SK머티리얼즈가 설비 발주를 내고 인·허가 절차에 나섰다는 건 에칭가스 국산화가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신호다. 탈일본 소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연말 샘플 검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대량 생산을 위한 추가 투자가 곧바로 이뤄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양산 투자는 샘플 평가 및 고객사와의 협의 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 생산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점쳐지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1982년부터 반도체 소재를 만들어 온 특수가스 전문기업이다. 삼불화질소(NF3)를 국내 최초 국산화했고 육불화텅스텐(WF6)과 같은 증착 가스, 석유화학·철강 등에 적용되는 산업가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된 만큼 발 빠른 상용화가 기대된다. 기간 단축을 위한 SK하이닉스와의 협력도 예상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쇼와덴코와 합작해 모노플루오르메탄(CH3F), 육불화부타디엔(C4F6), 디플루오르메탄(CH2F2) 등 CF계 에칭가스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불산계에선 쇼와덴코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