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도 인터넷에서 고장 수리를 신청하면 가장 가까운 수리기사가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매칭 플랫폼 시대가 온다. 국산 의료기기 업계 고질적인 약점인 열악한 유지보수 체계를 보완, 판매 저변 확대를 꾀한다.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중 의료기기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SW)를 개발, 올해 안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SW는 클라우드 기반 고객 맞춤형 의료기기 유지보수 서비스 매칭 플랫폼 역할을 한다. 타다나 우버처럼 이동수단을 매칭 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비슷하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수리 역량이 있는 업체를 연결한다. 사용자는 구체적인 고장 증상을 텍스트나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의공업체가 확인, 수리 가능할 경우 우버 '배차 승낙' 처럼 요구에 응하게 되는 구조다.
의료기기 이해당사자인 제조사, 병원 내 의료기기 사용자와 관리자, 수리 서비스 제공자, SW 운영자별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고장접수와 접수현황 확인, 수리기사 매칭 현황, 예상 원인, 처리 방안 안내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최종 처리 내용이나 발생 비용, 월별 비용 정산, 처리 이력 등 히스토리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돼 병원 의료진이나 제조사 모두 모바일 기기로 시스템에 접속해 고장 접수나 현황 확인 등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사용자는 수리업체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구조를 넣어 다른 사용자에게 정보도 준다.
이번 사업은 국산 의료기기 기업 고질적인 한계인 유지보수 역량 강화가 목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연매출이 50억원이 채 안된다. 규모가 작다보니 유지보수 체계가 열악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실제 '의료기기 창업기업 혁신성장동력 확보 컨설팅' 과정에서 국내 병원이 의료기기 제조사에 우선적으로 바라는 사항 1순위는 빠른 유지보수(66%)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 의료기기 유지보수 만족도 현황 조사 결과 수리 절차와 고장증상 설명 등 불만족도가 절반을 넘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의료기기 창업기업이나 영세 의료기기 기업은 유지보수 인력이나 시스템 미비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신속한 고장 수리 접수와 대응을 위해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갖춘 수리센터 확보가 관건이다. 대형병원이 도입하는 고가 대형 장비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번에 개발하는 플랫폼은 대규모 유지보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스타트업이 외부 의공사를 통해 1차적인 대응을 목표로 하는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수리전문 업체가 참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 운영으로 국산 의료기기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빠른 유지보수 체계 구축은 물론 제조사 간 제조사-유지보수 기업 간 기술, 사업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서비스 개발을 공공에서 맡지만 운영은 민간 기업을 활용해 자율적인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면서 “장기적으로 국산 의료기기 인식제고와 홍보에도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