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민이 기회를 주신다면 제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는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면서도 사모펀드 투자, 자녀 관련 위법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대신 진행된 국회출입 기자 대상 대국민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다짐”이라며 “과분한 이 자리 외에 어떤 공직도 탐하지 않을 것”이라고 법무부 장관직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다만 그는 “마지막 한 가지는 부탁드린다. 여러 번 초라한 순간을 맞는다 해도 부당하게 허위 사실로 아이들을 공격하는 일은 멈춰달라”고 했다. 허물도 책임도 자신에게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조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이유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소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더 기다릴 수 없고 계속 말씀 드려온 대로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도 많은 의혹에 말씀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가 합의해 청문회가 열리면 참석하겠다고 했다.
국민에겐 다시 한번 사과했다. 조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현재 논란이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긴 뉘우침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나 자신의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점 역시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에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몽니로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후보자에 대한 의혹해소 차원”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 4당은 “국회를 무시한 처사” “지금이라도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 무산 전까지 후보자가 기다렸다”면서 “후보자의 국민적 검증과 자질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다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3일 오전 국회로 조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열흘 이내로 기간을 지정해 요청한 뒤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모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국민을 능멸하는 행위”라며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고, 국회를 모멸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기자간담회를 '불법청문회'로 규정하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당도 “지금이라도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조 후보자와 여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간담회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왜 기자회견을 여기서(국회) 하느냐”며 “어떻게 후보자가 국회에 와서 하나”며 반대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