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심장 '배터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서 이력 관리를 하는 국내 최초의 '리사이클 블록체인 공장'이 올해 말 제주도에서 가동된다. 전기차 보급 1위 지역에서 진행하는 민·관 이색 프로젝트다.
국민이 재활용 배터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탈중앙화 기술을 활용한 '폐배터리 유통 이력 관리시스템'이다. 이 사업의 실증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제주도,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제주도 배터리 산업화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산업화센터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이력 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다. 오는 12월 이력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초다.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은 LG CNS가 맡았다. 상용화를 앞둔 폐배터리 이력 관리시스템 현장을 방문했다.
◇폐차되는 전기차, 올해 제주서만 1000대 '새 심장' 단다
김창윤 제주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 팀장은 “블록체인 기반 이력시스템을 통해 리사이클링되는 배터리는 신품 가격의 20%로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통상 10년, 택시는 3년, 렌터카는 5년이면 수명이 다한다.
2016년부터 택시에 보급된 배터리는 약 1000대 이상이다. 신품과 재사용 배터리가 섞여 있어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상 EV 배터리 팩은 차량 수명이 끝나도 60~80%의 잔존 가치가 있다. 셀과 팩, 배터리,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재사용할 수 있는 부품은 많다.
2025년에 수명을 다하는 전기차는 1만4000여대, 배터리 모듈 수량만 45만개에 이른다. 폐배터리를 통해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88만9248㎾h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공인된 배터리 성능 평가 기준이 없다. 이를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블록체인 이력시스템을 통해 규격화 및 관리하게 된다. 불법 배터리 유통과 불법 튜닝 근절 효과도 기대된다.
◇모든 이력 추적, 위·변조 불가능…내년 전국으로 서비스 확대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센터는 크게 검사동, 적재동, 연구동으로 나뉜다. 시험평가와 보관, ESS 인증 시험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게 된다. 블록체인을 통한 폐배터리 전 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이 상용화하면 약 9단계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3단계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종전에는 재활용업자가 자동차를 해체해 폐배터리를 보낸다. 소요 시간만 8시간이 걸린다. 이후 검사에 7시간, 보급·출고에 8시간, 모니터링 8시간 등 총 31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 리사이클 과정은 프로세스 시간을 10시간 안팎으로 단축시켰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유통 이력 위·변조가 가능, 불법 배터리 유통을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폐배터리 재사용에 따른 새로운 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업체와 폐배터리 재사용 수요자 간 유통 이력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최초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자원 활용을 통해 신산업 활성화와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방지 효과도 있다. 폐배터리 검사와 유통 환경을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구축, ESS 거래 기반을 만든다.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 보급업체 간 블록체인 노드를 구축했다. 사용자별 역할에 맞는 기능을 수행하는 디앱(dApp) 구축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부는 가정·산업용 신품 배터리 대비 84%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과 사업장, 농수축산 현장에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 보급사도 노드에 참여해 재탄생하는 배터리와 모듈 등을 ESS 시장, 가로등 등 공공 분야에 공급한다. 2021년에는 블록체인 인프라 사업을 고도화,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