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2일 반도체 기술개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인공지능(AI) 반도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초등학교부터 고등교육까지 유기적 교육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를 두루 살피는 상호접속·망중립성 정책을 추진하고, 방송 업무는 최대한 부처 간 마찰 없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과학기술, 통신, 방송 분야에 집중된 여야 의원 질의에 소신을 밝혔다.
최대 현안인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기술 자립에 대해선 기술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후보자는 “화학소재는 일본에 평균 2~3년 뒤졌지만 투자하면 추격 가능하고, 시스템 반도체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면서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뀔 때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뀔 때 집중 투자해 큰 성과를 낸 사례로 인텔과 ARM을 거론하며, 지금은 AI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결합하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과주의예산제도(PBS)에 연구자 불만이 크다는 김성수 의원 지적에 대해 “당장 연구비 잘 따는 연구만 하려고 하니 기초연구가 무너진다”면서도 “그러나 PBS를 없애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이를 축소하면서 기초연구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갑자기 늘어난 연구개발(R&D) 예산이 이른바 '깜깜이 투자'로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비를 분배하는 기관과 잘 협업해야 하고, 그러려면 관리 잘 하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 후보자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중고와 고등교육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장관이 되면 교육부 등 범부처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과학이 무기가 되는 시대'라고 지적하면서 “전문연구요원을 늘리면 늘리지 줄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통신 방송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현안에 대해 산업 활성화와 국민 편익의 균형을 강조했다.
방송업무 관장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갈등이 일고 있다는 신용현 의원 등 질의에 대해 “장관이 되더라도 일할 시간이 최대 3년도 안 된다”면서 “소모적 논쟁 없이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상호접속과 콘텐츠 사업자(CP)-통신사업자(ISP) 간 갈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얽혀 어려운 문제”라면서 “시장지배력이 큰 해외 CP 등을 고려해 국민 편익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배포한 서면답변서에서는 통신망 문제에 대해 CP 부담을 줄이고,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활성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망중립성 관리형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문제, 최 후보자 기부금 내역에 따른 정치적 편향성 등이 쟁점이 되면서 긴급한 현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 후보자는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친의 기초연금 수령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