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위한 전용 펀드가 조성된다.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투자 기업을 찾는 기존 펀드와 달리 유망 기업을 우선 선정한 후 출자자를 찾는 방식으로 빠른 투자 집행이 기대된다. 건당 투자 규모는 50억~100억원 수준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이르면 올해 안에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지원하는 '소·부·장 펀드'를 조성한다. 국내 비상장 기업 가운데 소재·부품·장비 분야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이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만기 연장 및 신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즉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금융위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달 중 성장금융을 통해 대·중·소 상생 협력 투자 지원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아직 규모나 재원 마련 등은 구체화된 것이 없다”면서도 “국산화 필요가 있는 유망 기업의 자금 수요를 적시에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펀드는 운용사를 선정한 후 투자 기업을 정하는 블라인드 펀드와 달리 투자 기업을 정한 후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투자 기업을 정하고 자금을 모으는 만큼 출자자의 적극 참여를 더욱더 기대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성장금융이 프로젝트 펀드 방식 투자를 도입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이미 총 4건의 투자 성공 사례를 기록했다. 서진정공 등 유동성 경색 등으로 일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도 적시 자금 투입이 가능, 기업 경영 개선 효과도 크다.
성장금융은 소부장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투자 규모도 50억~1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같은 특수 산업의 경우 설비 투자와 해외 진출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여러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도 성장금융의 프로젝트 펀드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 등 운용사가 투자 대상으로 올려둔 기업 가운데 유망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있다면 즉시 펀드 결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는 일단 펀드 운용사로 선정이 돼야만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기업 발굴 등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프로젝트 펀드로 자금 출자가 이뤄진다면 로펌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기업을 적극 발굴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펀드 조성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은행 등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업 발굴을 위한 금융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
류근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