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최초 노동조합 집회가 열렸다.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3일 넥슨 판교 사옥 광장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또 다른 게임사 노조인 스마일게이트 'SG길드'를 비롯 네이버 '공동성명' 카카오 '크루유니언'와 파리바게뜨 지회도 참석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조경천 넥슨지회 조직부장은 “회사에서 조직개편 탈을 쓴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프로젝트는 종료되고 구성원 전환배치 조치도 명확하지 않아 각자도생으로 내몰리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집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홍종찬 수석부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고용보장이 돼야 회사가 전문기술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안정 없이는 혁신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부지회장은 “고용안정 같은 걸 하면 나라가 망한다, 경제가 망한다, 회사가 망한다고 한다”며 “고용안정은 우리와 회사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단결, 투쟁은 제조업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며 “모든 노동자가 함께 하고 용기 내는 것이 노동조합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업계 최초로 집회가 진행된 배경에는 최근 넥슨에 불어닥친 변화가 있다. 김정주 NXC회장의 넥슨 매각 시도가 무산된 후 넥슨은 조직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모바일과 PC온라인으로 나뉘었던 사업조직을 통합하고 시장 흥행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정리했다. 관련 인원은 200여명 정도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 배치됐지만 나머지는 대기발령 상태다. 고용 유연성이 뛰어나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게임사 특성상 대기발령은 통념적으로 권고사직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 허민 네오플 전 대표 영입 과정에서 인적 쇄신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일각 예측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넥슨은 “인력 감축 계획은 전혀 없다”며 “드롭된 프로젝트 팀 모두 전환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첫 집회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젊은 산업이라 지금껏 찾아볼 수 없던 노조활동이 확산되면 산업 성장력을 잃게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흥행산업이기 때문에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제한된 업무시간을 강조하고 조직 유연성을 떨어트리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산업 특성과 맞지 않아 미래성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산업이 성숙기에 들었다는 증거이며 환영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과거 노동쟁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나 산업 특성을 무시하는 주장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