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첫 마이너스…정부 “디플레는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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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 대비 0.0%를 기록, 사상 처음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수점 세 자릿수까지 따지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월부터 8개월째 0%대를 이어가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공급요인·기저효과 등에 의한 저물가 상황이며,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작년 같은 달(104.85)과 비교해 0.0% 상승률을 기록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종전 최저치는 1999년 2월의 0.2%였다. 소수점 세 자릿수까지 따지면 작년 같은 달보다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공식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0.0%가 맞다”면서도 “지수상으로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석유류 가격 안정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채소가격 안정, 사육증가에 의한 축산물 가격 안정으로 1년 전보다 7.3% 가격이 낮아졌다. 농산물 가격은 11.4% 낮아지면서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P) 끌어내렸다.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은 0.9% 떨어지면서 각각 전체 물가를 0.06%P, 0.01%P 낮췄다.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한시 인하 등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해 전체 물가를 0.30%P 끌어내렸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갔다. 저물가가 계속되면서 상품·서비스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은 모두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물가동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차관은 “우리나라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 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큰 공급측 요인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1%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별도로 편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급·정부정책 측면 하락요인과 전년동월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연말 경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