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 방안 핵심인 '탄소인증제'가 업계 관심 저하, 실효성 논란 등으로 도입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업체도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속 빈 강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탄소인증제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생산, 운송, 설치, 폐기 등 전 주기에 걸쳐 탄소 배출량이 적은 설비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우대하는 제도다. 궁극으로는 중국산 비중을 낮추고 국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태양광 산업계 간담회'에 민간 업체는 LG전자,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3개사만 참석했다. 산업부는 5월부터 월 1회 간담회를 열었으며, 첫 간담회에 참석한 민간업체는 10개사 안팎이었다. 넉 달도 채 안 돼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는 3분의 1로 줄었다. 또 탄소 배출량 측정과 검증 방법을 정하기 위한 전력사용량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한 곳은 단 2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탄소인증제 도입에 업계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방증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탄소인증제 참여를 업체에 강요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태양광 산업에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업체는 탄소인증제에 동참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광 모듈·셀 업체의 전력 사용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태양전지 연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업계 간담회에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생산 업체인 웅진에너지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여서 탄소인증제 도입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OCI 같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체는 전기요금을 감면해 주는 혜택을 원하겠지만 탄소인증제는 REC 가중치 우대를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여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체가 동참하지 않으면 당초 정부가 기대한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인증제는 내년에 시범 사업이 실시되고 2021년부터 국내에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1년 동안 문제점 등을 보완해 제도를 완비한다는 복안이다. 이보다 앞서 산업부는 용역을 통해 올해 말까지 탄소 배출량 측정·검증 방법 등 세부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진 ㎾h당 탄소 배출량을 표준화된 계수로 정립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전과정평가(LCA) 방식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업체마다 개별 실사를 진행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인증제는 아직 용역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