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암풍력단지, 환경파괴 우려 바람개비로 날렸다

정암풍력발전단지 전경.
정암풍력발전단지 전경.

“동·식물 생태계와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정암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결사반대한다.” 2013년 5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지역 사회단체는 정부 발전사업 허가에 이 같이 반발했다. 정암풍력발전단지 조성은 지역주민 반대에 부딪치고 남부발전과 의기투합했던 삼성중공업마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결국 정암풍력은 갖가지 풍파를 겪은 후 지난해 10월에야 준공됐다.

1년이 지난 후 정암풍력발전단지 어떤 모습일까. 차량으로 산 비탈길을 약 10분 정도 오르자 정암풍력 2호기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정암풍력은 남부발전이 추진하는 '국산풍력 100기 건설 프로젝트' 일환으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일원 해발 1400m 고지대에 조성된 국산풍력단지다. 남부발전·동성(강원지역업체)·유니슨 합작품으로 총 사업비 990억원이 투입됐다.

2.3㎿급 풍력발전기 14기가 연간 7만800㎿h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2만2000여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석탄으로 동일한 전력량을 생산할 경우, 연료비로 1200억원이 들어간다. 발전사업 연매출은 약 137억원이다. 이용률은 25~27%를 기록,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장에서 먼저 살펴본 것은 착공 전 지역사회단체가 가장 우려했던 '환경문제'였다. 보존가치가 높은 희귀 야생동물은 이미 생육환경이 유사한 지역으로 옮겨져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고 녹생토 식재공법을 사용해 사면보호도 흠잡을 데 없었다.

작은 생물 보호 방안으로 미소서식지(돌무더기)가 구축됐고 공사 중 발생한 암석이 △도로 보강 △진입로 배수로 작업에 사용되는 등 자연과 공존한 노력도 남달랐다. 이곳에선 사후환경평가조사도 자체 시행되고 있었다. 다만 풍력발전 한계인 저주파 소음은 야생동물과 일부 지역주민에 불편함을 줄 수 있을 거란 걱정도 들었다.

자연경관 훼손 우려는 오히려 '관광효과'로 탈바꿈됐다. 최근에는 강원도 대표 축제인 '함백산 야생화 축제' 기간에 정암풍력 1~14기 구간(약 4.4km)이 트레킹코스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장에선 '천상의 바람길'이라고 불렸다. 쇠퇴한 폐광지역을 풍력발전단지로 재탄생시킨 성공모델임이 분명했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45년까지 탄소 없는 발전(發電)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재생에너지는 글로벌 추세”라면서 “중앙정부·지자체 차원에서 각종 재생에너지 규제를 표준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또 “올 연말에는 강원 태백에 귀네미풍력(19.8㎿) 단지를 준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선(강원)=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