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기업들이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9)에 참가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저력을 과시했다.
IFA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KT는 5개 우수협력사를 지원하며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이 독자 전시관을 꾸렸고 스타트업은 정부 산하기관 등이 마련한 공동관을 통해 유럽 무대를 밟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위상이 격상된 만큼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세계에 알릴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KT 파트너스관, 동반성장 새 모델 제시
KT는 'KT 파트너스관'을 꾸리고 5개 협력사 IFA 2019 참가를 전액 지원했다. KT가 이 전시회에 직접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파트너스관에는 체성분 검사 장비 제조업체 인바디, IPTV용 셋톱박스 업체 이노피아테크, 광커넥터·분배기 업체 고려오트론, 스마트 가로등 업체 가보테크, 초소형 직류 무정전 전원장치 업체 성창주식회사가 참가해 유럽에 기술력을 알렸다.
현장을 둘러본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KT는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130개 이상(중복 포함)의 중소·벤처기업에 커뮤닉아시아(싱가포르), 자이텍스(두바이) 등 해외 유명 ICT 박람회 참가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240억원이 넘는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KT 동반성장이 특이한 점은 중소기업 성장 초기부터 '밀착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협력사인 '성창'은 2014년 'KT 성과공유제'를 통해 미니 직류 무정전 전원장치(UPS) 제품을 개발했고 2016년 이후 KT 지원으로 세 차례 해외전시회를 참가했다.
고려오트론 역시 2011년 KT 구매조건부 제품 공동개발을 통해 신규 매출 기회를 확보했다. 광섬유분배반을 1년 동안 공동 개발했다. 2015년 이후 KT 지원으로 4차례 해외전시회에 참가했으며 지난해 수출액이 4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노피아테크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프랑스 오렌지텔레콤에 방송 무선 수신장비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엑소아틀레트는 현지 헬스케어 장비 유통업체로부터 실모델 엑소아틀레트2로 좋은 평가를 받고 사업 계약을 체결, 2020년 1분기 CE 의료기기 인증 획득 이후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박종열 KT SCM전략실장(상무)는 “KT는 맞춤형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중소, 벤처기업 기술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활약
단독 참가한 중소·중견기업 활약도 두드러진다. 이들은 확실한 기술력을 무기로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엔유씨전자(대표 김종부)는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90% 이상에 달하는 프리미엄 건강가전기업으로 IFA 등 해외전시회 단골 고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체성분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맞춤 주스를 추천해주는 'IoT 스마트 주서'를 소개했다.
김종부 회장은 “대형가전사와 같은 규모로 전시장을 꾸렸다”면서 “중소기업에게는 이례적으로 IFA에 참여한 기여도를 인정받아 6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쿨샤(대표 유현택)는 녹십초 계열회사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IFA에 참여했다. 3개 칫솔모로 전통적인 방식의 전동칫솔과 차별화를 이뤄 출시 직후부터 높은 기술력과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중동 등 바이어 관심이 높다.
클레어(대표 이우헌)는 2014년 설립된 회사로 작년까지 IFA 한국관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단독 부스로 참가해 소형 공기청정기를 적극 홍보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라인 프렌즈' 캐릭터(IP)를 입은 휴대용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측정기, 책상용 공기청정기 등 좁은 공간에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전시하여 리치마켓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위닉스는 유럽 20여개국에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하며 5년째 IFA에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제품력을 강화한 유럽향 공기청정기 3종을 중심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공동관 참여 많아…“정부·대기업 지원 늘리면 좋을 것”
공동관으로 꾸려 참가한 중소기업도 많다. 로봇산업진흥원, 한국혁신센터(KIC) 유럽,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무역협회,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광주테크노파크가 각각 공동관을 꾸리고 중소기업 참가를 적극 지원했다. 참가기업이 90여개에 달한다.
중소기업들은 사물인터넷과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VR), 딥러닝, 헬스케어, 통번역 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IFA 2019 참가기업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정부나 대기업 지원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기업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진 성창 대표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성공한 이후 한국 제품을 바라보는 외국 시선이 달라졌다”면서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할 기회를 늘리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혁 고려오트론 과장 역시 “한국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면 외국 바이어가 품질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면서 “너무 의지만 하면 안 좋지만 정부나 대기업 지원을 받으면 소위 '네임밸류'가 부족한 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전시관마다 많은 직원이 파견되는데 이는 누군가가 체계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면서 “한국 중소기업이 이런 국가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린(독일)=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