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2년 만에 공장 올스톱…GM 경고에도 첫 '전면파업' 강행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에 넘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방한한 줄리언 블리셋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경고에도 한국지엠(GM) 노조가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국내 공장이 22년 만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노조 전면파업 강행으로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선 것은 GM 인수 이후 처음이자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이후 22년 만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노조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기본급 인상 등 임금협상 요구안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사측이 추가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도 전면파업을 이어가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날 파업에는 한국지엠 소속 조합원 8000여명과 함께 연구개발(R&D) 신설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여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전부터 부평공장 서문을 제외한 다른 출입구를 막고 조합원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지엠 전신 대우차 시절인 1997년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적은 있으나, 2002년 GM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전면파업은 없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사측은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아 임금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년간(2014∼2018년) 한국지엠 누적 적자(순손실 기준)는 총 4조원에 달한다.

업계 일각에선 GM 본사가 경영 악화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노조의 협조 거부는 한국 철수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노조가 이번만큼은 쉽게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향후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